[왜냐면] 류호재 |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에너지연구실 박사과정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전국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함께, 지방에서는 청년 인구의 이탈도 큰 문제로 다가온다. 인구구조 문제의 핵심은 지방의 산업경쟁력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이 안정된 생활여건을 구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한가지 해법이 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방에 남긴 발자취는 좋지 못하다. 경관 파괴, 단절된 소통, 불평등한 보상, 그리고 사업자 독식 구조와 미미한 사회 환원이 그 발자취 위에 남아 있다. 여러 지역공동체가 이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재생에너지를 경계하게 되었다. 그 진통은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지역수용성이 중요하다는 성찰을 낳았고 이익공유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이익공유란 사업자가 발전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를 위해 배분하여 지역수용성을 얻고, 주민들은 사회경제적 혜택을 얻는 것을 말한다.
사업자, 지역 주민과 함께 지자체도 이익공유의 핵심 이해관계자다. 지자체는 개발행위의 허가권자이면서 개발의 영향으로부터 지역을 보호해야 한다. 지자체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준용하면서도 지역의 맥락을 대변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는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될 수 있다. 지자체는 이렇듯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의 산업경쟁력 향상에 관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지자체는 어떤 이익공유를 할 수 있을까?
먼저 지자체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여러 세금 수입을 얻는다. 사업부지 계약에 따른 토지 취득세와 부지 임대료 수익 등이 발생하고, 건설 기간 중 도로이용요금과 수도요금 등의 추가 수익도 얻는다. 지자체가 직접 발전사업자가 될 때는 전력 판매 수익과 인센티브 수익도 얻는다. 지자체가 얻은 수익은 마을정비 사업이나 장학사업 등에 재사용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하나의 투자처가 될 수도 있다. 발전소의 일정 지분을 펀드나 채권으로 판매하여 이자 수익을 얻는 것이다. 노동 수익이 줄어드는 고령사회에서는 연금과 같은 안정된 수입원이 중요해지는데,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는 약 20년간 상업운전을 하므로 투자 참여 주민들도 20년간 유지되는 일종의 기본소득을 갖게 된다. 초기 투자 목돈이 부족한 주민들도 정책자금을 통한 저리 융자가 가능하다. 기본소득을 통한 노령인구의 생활여건 안정화는 지자체에 큰 도움이 된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발전소 건설노동 일자리와 운영관리 일자리 창출로 인구유입을 기대할 수 있고, 지역 소재 기업을 하도급 선정하여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상의 기능들이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방자치에 주는 이점이다. 밖으로는 기후위기, 안으로는 인구위기에 처해 있는 지자체에는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지자체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따르면서도 인구 문제로부터 지역을 지켜야 한다. 전남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하며 첫 단추를 끼웠다. 전북 군산시는 시에서 출자한 새만금 태양광 발전소 지분을 모두 이익공유형으로 추진 중이다. 신안군과 군산시의 사례는 점차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것이다.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위기의 지방자치를 구하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