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박양숙 | 국민연금공단 복지상임이사
정재익 감독의 영화 <복지식당>이 최근 개봉됐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주인공이 맞닥뜨려야 하는 우리 사회 곳곳의 장벽을 보여주며, 인권과 기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고발한 작품이다. 마침, 이동권 보장 강화를 요구하는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얼마나 절실했으면 그럴까’ 하는 공감이 있는가 하면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혹여, 이번 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10명 중 7명이 온라인에서 장애인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고 한다. 일상 속 장애 비하 표현(외눈박이, 절름발이)도 여전하다. 장애 편견이 생긴 까닭은 다양하겠지만 가까이에서 장애인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장애를 ‘배제’하면 ‘통합’은 없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19조에는 ‘모든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선택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장애인이 자기 결정권을 갖고 비장애인과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편견은 자연스레 해소되지 않을까?
장애인 자립생활에는 우선 복지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2019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면서 장애인의 일상 활동을 보장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신청자격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했다. 또 장애인의 개별 특성과 환경을 서비스 양에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했다. 이로써 더 많은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게 됐다. 2021년에는 장애인특별교통수단(콜택시)과 장애인주차구역 이용이 가능한 ‘보행상 장애인’ 인정 범위도 확대했다. 올해는 소득·고용지원 서비스에 종합조사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서비스 자격과 양을 결정하는 종합조사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장애인 자립생활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해 종합조사 개선에 힘쓰고 있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은 장애 인식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장애인 263만여명 중 후천적 장애인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비장애인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장애인을 흔히 ‘다르지만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 장애도 그런 차이의 하나일 뿐이다. 장애인을 ‘장애’라는 ‘정체성’을 지닌 보통 인격체로, 장애인 복지를 인권과 기본권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통합교육 강화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이 ‘장애의 편견을 넘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라고 한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인간은 모두 다르고 ‘표준’은 없다”고 말한 의미를 되새기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한데 어우러져 장애로 인한 차별이 없는 사회,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따뜻하고 평등한 공동체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