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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보고 싶은 숫자만 보는 인수위

등록 2022-04-18 18:03수정 2022-04-19 02:38

부동산 통계, 정말 왜곡 많나?
서울 시내의 아파트 밀집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아파트 밀집 모습. 연합뉴스

[왜냐면] 김유찬 | 홍익대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에 왜곡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 판단에서 근거가 되었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유세 실효세율의 계산에 오류가 많다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의 보도자료를 근거 삼아 부동산 세금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운 부동산 세금 설계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며 통계청장까지 지낸 국회의원이 노골적으로 현실을 비틀고 인수위는 그들이 보고 싶은 숫자를 확인하고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틀린 얘기다.

우선 유경준 의원이 보유세 실효세율 계산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근거인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들여다보자. 여기에서는 국제기구에서 부동산 실효세율에 대한 통계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별 부동산 가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민대차대조표 자료를 사용하나 국가별 통계생산방식이 상이하여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제기구들이 부동산 실효세율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세재정연구원에서는 기초자료의 취득이 가능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실효세율을 직접 계산한 것이다. 세금부담의 수준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실효세율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세액 같은 지표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 실효세율은 낮아도 동 지표는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정책결정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국책연구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실효세율 계산은 부동산 보유세의 세수입과 오이시디 통계집에서 사용하는 부동산 가치를 이용하여 계산하였다. 예정처에서는 민간이 보유하는 부동산 총액의 국가별 통계생산방식이 달라서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자료의 비교를 통하여 정책 결정에 참고가 될 만하므로 오이시디가 하나의 표로 제시한 것이고 조세재정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한 것이다.

우리는 아주 빈번하게 국제 간에,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 등을 비교한다. 그렇다면 물가 측정 바스켓이나 경제성장에 포함시키는 경제활동의 기준이 나라별로 완전하게 동일한가? 그렇지 않고 차이가 존재한다. 나라별로 사정이 다르므로 동일한 방식의 통계자료 생산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제 비교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운다. 이러한 소소한 차이를 이유로 정책 시사성에 대한 제한을 둔다면 우리는 국외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유경준 의원실은 더 나아가서 조세재정연구원의 실효세율 계산에서 사용한 부동산 가치 자료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의 토지와 기타 구조물을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의 경우 기타 구조물에 대하여 별도 항목으로 수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그 상위 항목인 기타 건물 및 구조물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토지 가치도 부동산 가치에 포함되어 있다. 오이시디 자료에는 미국의 경우 다만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 중 토지가 빠져 있고 조세재정연구원의 실효세율 비교 자료는 주석에 이를 명기하고 있다(주요국의 부동산 관련 세부담 비교, 2021).

미국의 2019년 보유세 실효세율이 0.95%이고 통상 국가들의 기업 보유 토지의 비중이 전체 민간 부동산 자산보다 낮으므로(우리나라 13%, 영국 18%, 프랑스 19%, 일본 16% 등) 이를 보정하면 미국의 실효세율은 0.79% 정도로 계산된다. 그러므로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8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보정 이전 0.46%에서 보정 이후 0.44%로 소폭 조정되고 2020년 우리나라의 실효세율 0.173%는 여전히 주요 8개국 실효세율의 절반에 이르지 못하는 수준(40%)이다.

유경준 의원실은 부족한 논거를 바탕으로 실효세율을 배척하고 지디피 대비 세수입 비중만을 고집하며 지디피 대비 자산과세 비중으로 우리나라가 오이시디 2위라고 주장하나 이는 논리적으로 여러 단계를 건너뛴 것이다. 우선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밝힌 자료를 비판하며 자산과세를 잣대로 내미는데 자산과세에는 부동산 보유세 이외에 부동산 취득세,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상속증여세까지 다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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