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임혜숙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지난 2월28일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모바일기술박람회에 참석했다. 3일간 열린 행사에서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의 세계적 동향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장관급 프로그램에서 기조연설자로 참여하여 우리나라의 디지털 뉴딜과 5G 상용화 사례 등을 소개했다. 이어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참석자 대부분이 연설의 내용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선도적인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한 토론자는 정부와 산업, 제도가 어우러져 5G 생태계가 활성화된 코리아를 모범 사례로 다른 나라들이 5G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선도적인 성과를 공유하며 뿌듯했던 한편,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에서 전세계 기업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보며 언제든 선두주자가 바뀔 수 있다는 위기의식 또한 느꼈다. 그간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2위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며 과학 기술 역량을 축적해왔다. 그러나 자체적인 기술력이 부족한 미래 기술 분야의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중요하다.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현시점에서 국제 협력의 파트너는 외교안보적 이유로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치밀한 과학기술 외교 및 협력 전략을 구상하여 핵심기술 역량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우선, 정부는 미국, 유럽 등 첨단기술 보유국들과 국가필수전략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협력 및 공조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작년 5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는 양자, 바이오, 우주 등의 연구개발과 이공계 인력 교류 등의 협력을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 같은 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신흥기술 분야의 협력 파트너를 다변화하기 위해 유럽의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Horizon Europe)에 준회원국으로 참여하는 협상도 준비 중인데, 관련된 기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국내외 지원 체계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 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과학기술 기반의 외교 활동도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 기후변화, 감염병 등 국제사회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기후기술네트워크센터, 아태지역 감염병 연구협력 허브 등 국제기구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우주, 원자력 등 분야에서 진행 중인 아르테미스 달 탐사 계획,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같은 국제 협력 프로젝트에도 지속 기여하여 입지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또한 미래의 잠재적인 과학기술 파트너가 될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인프라, 인력, 정책 지원 등 과학기술·아이시티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지속 발굴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국제사회 경쟁력의 원천이 자국의 국제 정치력, 경제력에서 과학기술 역량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앞으로는 반도체, 인공지능 등 핵심기술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국가만이 주권을 공고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래에도 핵심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기술 주권을 확립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관계 부처들이 긴밀히 협력하여 과학기술, 아이시티 외교 정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