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허은혜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대리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라고 외쳤다. 자국 경제 발전에 집중하면서 모두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에는 미온적인 각국의 정상들에게 미래세대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21년은 우리나라에서 역대 두번째로, 전세계적으로는 다섯번째로 따뜻한 해였다. 기후 문제 중 하나인 지구온난화는 사회 문제로 변해 우리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9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이루어진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섬의 일부가 바닷속으로 사라져가고 있고, 지구 밖에서도 연기가 보인 전세계의 산불은 삶의 터전을 삽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고온과 폭염에 따른 물과 식량 부족은 기근으로 이어지고, 보건 및 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질병으로 변해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학교가 아닌 유엔 정상회의라는 무겁고 엄중한 자리에 서서 수많은 어른들에게 목소리를 내야만 했던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의 중심에 바로 그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대상으로 기후변화는 그들이 자라온 배경이자 현재, 곧 미래다.
하지만 긍정적 변화의 바람도 일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개인은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전보다 힘쓰고 있다. 최근 선진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기후환경교육’ 역시 그중 하나다. 기후환경교육은 아동이 환경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직접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 지금은 보호받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능동적 존재이자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활동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문제를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은 마주한 기후변화 문제를 깨닫고, 어떤 행동이 이를 악화시키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껏 무심코 해오던 행동과 습관을 바꾸기 위해 의지를 다지고 실천해야 한다.
모든 아동에게는 한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4대 권리로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과 함께 생존권을 명시하고 있다. 비단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어린아이들은 성인들과 달리 마스크에 거부감을 덜 느낀다. 이전 세대가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한 미세먼지와 황사에 일찍부터 노출되어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자연과 환경의 보호 차원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생존을 위함이다.
겨우 두살이 된 나의 아이가 마스크를 쓰고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움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미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다. 잘못을 답습하는 대신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교실 속 작은 교육이 전 지구적 변화의 초석이 되길 기대하며,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생존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일이 없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