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된 2일 광주 북구 전남대 교정에서 마스크를 벗은 학생들이 정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백수웅 | 변호사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렸다. 지난 주말 모처럼 늦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시청과 광화문 근처에는 집회가 시작되었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반대 진영을 향한 험한 소리도 들렸다. 조금은 짜증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도 일상이었다.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돼, 이번 여름에는 마스크를 벗고 제대로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될 것 같다.
온전한 여름휴가를 희망하는 직장인의 등장은 코로나가 바꾼 일상 중 하나이다. 지난 2년간 여름휴가를 방해한 것은 상사의 갑질이 아니었다. 일상의 변화를 만들었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였다. 이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해외여행은 자취를 감췄고 즐겨가던 해수욕장은 폐쇄됐다. 어디 그뿐이더냐. 젊음이 가득한 캠퍼스는 생기를 잃었고 핫플레이스에 넘쳐나던 연인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신했다. 다만 바이러스가 불러온 일상의 단절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했다.
지난 2년간 일상의 단절은 많은 부작용을 만들었다. 만남이 제한되고 그 제한된 만남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오해가 생겼다. 치킨과 맥주 한잔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공전을 거듭했다. 서투른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가 싸움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관계는 단절되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는 일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다툼이 늘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이후 이혼이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사 혹은 동료와의 다툼으로 퇴사가 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일상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지금, 2년간 담아두었던 가슴속 분노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나 일상이 회복돼도 사회적 관계가 여전히 단절된 이들의 분노는 심각한 것 같다. 이들 중 일부는 정치 이슈에 몰두하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에게 좌파, 우파와 같은 정치적 신념은 중요하지 않다. 아들러의 말처럼 내재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를 선택한다. 정치색 없는 이 글을 읽기도 전에 ‘<한겨레>이니까…’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일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국민의 분노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분노하도록 만든 무능한 정치와, 온종일 ‘아니면 말고 식’ 정치평론을 틀어대며 갈등을 부추기는 종합편성채널 등의 책임이 크다.
지난 2년간 우리 모두 고생이 많았다. 이제는 마음속 분노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정치적 거리두기를 제안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와의 완전한 단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듯이, 정치적 거리두기가 정치적 무관심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한걸음 떨어져 정치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종편에서의 제삼자의 말이 아닌 내 시선과 내 목소리로 사안을 이해하자. 일상이 사라진 뒤 간절히 일상으로 복귀를 바라듯이 정치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가 더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코로나로 인해 빼앗긴 광장은 다시 평범한 시민들에게 돌려줬으면 좋겠다. 주말이면 축제가 열리는 광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기를 희망한다. 퇴근 뒤 광장의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지난 오해를 풀고 싶다. 우리는 모두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