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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고등교육 재정위기를 풀기 위해선

등록 2022-05-02 18:04수정 2022-05-03 02:42

[왜냐면] 임후남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연구본부장

이달 10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25일 6대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로 ‘지방시대’를 꼽고, 청년 등 미래지향성을 담은 110개 국정과제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미래지향성을 실현하고 청년세대와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한국 고등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고 그 미래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가운데서도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학의 미충원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한계 대학, 위기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미충원은 대학의 재정 곤란과 대학교육의 질 저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지방대학이 받은 충격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과 투자 요구도 갈수록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고등교육 재정 부족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과 비교해보면 한눈에 보인다. 2008년 9081달러였던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18년 1만1290달러로 증가했으나,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 증가액(1만3717달러→1만7065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격차가 더 확대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가운데 정부재원 비중은 0.9%까지 늘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0%)에 근접했지만,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제도 시행분을 빼면 10년째 0.6%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인재양성, 연구, 산학협력 등과 같은 꼬리표가 붙은 특수목적사업비 지원이나 학자금(등록금) 지원 방식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제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다. 25~34살의 고등교육이수율(대졸자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가운데, 이 가운데 80% 이상이 다니거나 다닌 사립대학은 그 상당수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충원 충격’과 함께 재정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의 재정위기는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고등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수준이 낮고, 또 신중하게 이뤄지는 데에는 대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다는 점과도 관련돼 있다. 2021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확대를 찬성한다고 답한 이는 22%로 반대한다고 답한 쪽(5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초중등교육 예산 확보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처럼, 내국세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확보해 대학에 지원하자는 고등교육교부금법이 국회에 여러차례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고등교육은 오랫동안 수익자 부담 원칙을 주된 운영 원칙으로 삼아왔다. 사립대학 중심, 등록금 수입을 근간으로 고등교육이 실시돼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학력인구의 급속한 감소 등 변화가 시작된 지금, 모두를 위한 고등교육의 실현을 위해서는 고등교육 체제의 개편과 재구조화, 운영원칙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을 공교육으로 편입시킬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에 대한 논쟁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교육계 일각에서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고등교육교부금법의 제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공동사용 등 주장도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등교육 거버넌스의 개혁, 고등교육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재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구축, 사회적 합의라는 선결과제를 거쳐야만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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