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안병수 | 후델식품건강교실 대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조리된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면 맛있는 한 끼 식사를 뚝딱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식품업체는 제조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다양한 과정을 거쳐 보존기간을 늘리고 부족한 맛을 보강하는데, 여기에 각종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
물론 업체들은 정부가 정한 허용치 이내의 식품첨가물을 사용하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기준은, 즉각적인 문제가 발생하는지 아닌지를 실험실에서 검증해 정한 것일 뿐이다. 소비자가 장기간 먹은 식품첨가물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여기서 나아가 여러 가공식품에 포함된 다양한 식품첨가물들을 함께 먹는 현실도 고려되지 않는다. 안전검증 시험이란 게 중복 섭취를 가정해 연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 종류 식품첨가물을 허용치만큼만 섭취하면 무해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러 종류를 먹었을 경우에는 우리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장담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식품첨가물 안전성 연구 상당수가 식품기업 지원을 받아 이뤄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엠에스지(MSG: L-글루탐산나트륨)만 하더라도 그렇다. 유해성 논란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안전하다는 주장과 반대로 당뇨병과 두통, 비만, 신장결석, 정서불안, 통각과민증 등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엠에스지 덕분에 소금 섭취가 줄어들기에 ‘건강의 열쇠’라고까지 표현한다. 이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상업적 논리의 주장이다. 엠에스지 첨가는 오히려 소금의 섭취를 늘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엠에스지 자체에 소금의 핵심 성분인 나트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필수요소인 인슐린에 관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명의 열쇠인데, ‘혈당치 난조의 주범’ ‘비만 호르몬’이라는 다양한 오해를 받고 있다. 사실 인슐린은 호르몬성 질병의 원인이 아니다. 분별없이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이다.
샛노란 단무지, 청량감 넘치는 탄산음료, 백설탕보다 나아 보이는 흑설탕, ‘과일 100’이라고 써놓은 과일주스, 색·맛·향·식감이 전부 가짜인 게맛살, 염산을 부어 만드는 산분해간장… 이들은 식생활 안전을 위협하는 이른바 ‘페이크 푸드’, 즉 가짜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 아닌 음식들이 우리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비만·당뇨병 등 현대병을 불러온다.
나쁜 가공식품 속에 첨가된 정제당, 합성감미료, 인공색소, 산도조절제 등 식품첨가물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우리 몸속의 혈류로 들어와 호르몬 활동을 교란한다. 이로 인해 우리 몸은 더 많은 인슐린을 생성하게 되면서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장애로 이어진다. 그래서 기준치 이내의 식품첨가물도 과연 충분히 안전한 것인지 의심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우리 식탁에서 식품첨가물을 몰아내는 것이다.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자연재료를 많이 먹어야 한다. 가정간편식이라도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거나 최대한 줄인 제품을 고르고, 제조업체에 그렇게 만들도록 요구해야 한다. 식품첨가물이 없는 가공식품은 불가능하다고? 그렇지 않다. 식품첨가물이 없는 100% 쌀과 물만으로 제조한 즉석밥도 나왔다. 의지가 있으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시도를 반가운 마음으로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