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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신재생에너지 지역갈등과 조례의 역할

등록 2022-05-25 18:02수정 2022-05-26 02:34

전북 군산 유수지의 수상태양광 시설. 연합뉴스
전북 군산 유수지의 수상태양광 시설. 연합뉴스

[왜냐면] 김형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지방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이 지역주민과의 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자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다지만, 오랜 세월 해당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이들로서는 이런 개발이 자신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한다. 소음, 먼지, 경관 훼손 등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사업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은 외지인들 몫이니 지역주민들로서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사업자와 지역주민들 사이 활발한 소통 속에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할 텐데,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실질적인 상생방안을 도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 논의의 기본 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실제 몇몇 지자체는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지역주민을 보호하는 조례들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가장 기본적인 조례 내용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개발행위 허가에 앞서 사업자가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발전사업자는 발전사업 내용을 주민들이 열람할 수 있게 고시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공청회라는 좀더 열린 방식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선제적인 소통은 갈등 예방의 첫 단추다. 여수시 ‘지속가능한 해상풍력에너지 체계적 개발 등에 관한 조례’에서는 발전사업 허가 때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발전시설 일정 범위 안의 마을에는 공청회 개최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민관협의회 구성, 운영을 들 수 있다. 공공, 민간, 지역대표로 구성되는 민관협의회는 다양한 집단 간 소통과 협의의 창구가 된다. 태안군은 ‘해상풍력단지 체계적 개발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군수, 발전사 관계자, 전문가, 수산업 단체,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해상풍력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군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발전소와 지역의 상생을 추구하도록 하고 있다.

일자리나 납품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에서는 사업 고용인력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주민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전라남도의 ‘재생에너지산업 육성 및 도민 참여 등에 관한 조례’는 지역기업이 생산한 기자재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역주민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도록 한 모델도 있다. 지역주민의 투자 참여는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소득원을 얻을 수 있어 가장 적극적인 상생방안이다.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에서 주민참여 지분에 관한 상세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주식·채권·펀드 등의 방식으로 발전사업 투자비의 일정 비율은 군과 지역주민의 투자금으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나이에 따른 참여지분 권리를 세분화해 청년인구 지역 유입을 촉진하도록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청주시도 주민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전라남도, 당진시, 인천광역시 등도 일정 규모 이상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일정 기준 이상 주민참여율을 확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행하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례 제정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갈등은 줄이고, 지역사회의 이익은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지자체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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