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부산시청 앞에서 계속되어온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농성 피케팅 모습. 탈핵부산시민연대 제공
[왜냐면] 박철 | 목사·탈핵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지난 4월26일부터 부산시청 앞에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농성장이 꾸려졌다. 고리2호기는 내년 설계수명 40년이 종료된다. 많은 시민이 40년 수명이 다 됐으니 위험하다며 폐쇄에 찬성하는 서명에 동참해줬다.
반면 폐쇄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경제발전과 산업을 위해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한데 핵발전소를 폐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이 화두인데 핵발전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보수언론에서도 줄기차게 이 점을 강조해 보도한다. 하지만 핵발전은 기후위기 대안도, 경제성장 도구도 될 수 없다. 11년 전인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 핵발전이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성 부분부터 살펴보자. 지난 4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보면, 고리2호기 수명을 연장할 경우 경제적 이익은 1600억원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와 설비 보강에 4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고리2호기가 10년 동안 추가 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다가 수명연장을 위한 설비 투자비를 포함한 계속 비용이 약 3068억원으로 추산돼 도리어 경제성이 없다.
2020년 9월3일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에 외부 전력 공급이 끊겨 비상발전기가 가동되고 원자로가 집단정지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후쿠시마 핵사고 전 단계 직전까지 갔던 사고였다. 2021년 12월 동해안 산불로 울진 핵발전소 바로 근처까지 산불이 접근하기도 했다. 2018년 8월 프랑스에선 이상고온 현상으로 냉각수로 사용하는 강물 온도가 상승해 핵발전소 가동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8년 한전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배상액은 16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9년 10월 일본경제연구센터가 발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예상 사고처리 비용이 81조엔(826조2648억원)이었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핵발전소 운영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샴쌍둥이’란 말이 있다. 불완전한 일란성 쌍둥이로 머리는 하나인데 몸은 둘인 경우이다. 기후위기와 핵발전이 그렇다. 기후위기가 초래할 파국과 핵사고가 만들어낸 고통은 서로 모양은 다르지만 같다. 둘 다 인류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이라는 사실이다. 인류가 만들어온 문명은 화석연료와 핵발전이 더 많은 풍요를 가져다줄 것처럼 선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다. 핵발전이 상용화된 지 100년이 채 안 됐지만, 그동안 옛 소련 체르노빌, 미국 스리마일, 일본 후쿠시마 세차례의 큰 사고가 있었다. 핵사고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방사성물질로 건강과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생겨났고, 강과 산과 들과 바다가 오염됐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대부분의 세계의 원전들도 한번에 끝나는 경우는 없다. 대개 80년, 100년을 쓴다”며 고리2호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에서는 수명연장에 따른 까다로운 규제와 시민단체의 감시 등으로 인해 경제성이 없다며 폐로를 결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2년 6월 ‘원자로 규제법’을 개정하여 핵발전 운전 기간을 40년으로 못박았다. 이 제도 아래 핵발전소 15기를 폐로하기로 결정했다.
탐욕으로 질주하는 열차가 문명의 종착역에 닿기 전에 이제라도 멈춰 세워야 한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통제할 수 없고, 무수한 폭력을 양산하고, 이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위험천만한 일이 바로 핵발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10만년 이상 위험을 관리해야 할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는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22년 5월3일치 <부산일보>는 윤석열 정부가 고리원전과 한빛원전 등 수조에 있는 핵폐기물을 꺼내 보관할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고리 핵발전소 반경 30㎞ 이내에 있는 380만명의 시민을 볼모로 한 러시안룰렛 게임을 당장 멈춰야 한다. 더 이상 후쿠시마 같은 핵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막아내고 폐쇄시켜나가는 것이 안전한 도시 부산을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