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 식량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서부 흐멜니츠키에서 한 농부가 트랙터로 밀밭을 갈고 있다. 흐멜니츠키(우크라이나)/EPA 연합뉴스
[왜냐면] 김성훈 |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유럽의 빵바구니’라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전세계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뿐만 아니라 세계 밀 생산 2위 국가인 인도의 밀 수출 중단,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국제 해운 물류 제약 등으로 2020년 톤당 200달러 수준이던 국제 밀 가격은, 지난달 그 두배인 400달러를 넘어서는 등 폭등세를 보인다.
문제는 이런 세계 식량 공급 부족 위기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로 인해 세계 식량 수급 상황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온다. 신흥국가들의 인구 및 소득 증가로 인한 식량 소비량 확대, 고유가 및 친환경에너지 선호에 따른 바이오디젤 원료 작물 생산 증가 등도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살펴보면 쌀과 감자는 100% 수준으로 안정적이나, 이를 제외한 보리, 밀, 콩 등의 자급률은 30% 이하로 낮아 문제가 된다. 특히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밀은 자급률이 1% 내외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일 식량 수급과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또 5년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 기반 확대와 수급 관리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식량자급률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식량안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서는 올해 초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의결한 ‘식량자급률 관리체계 개선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설정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원인을 돌아보고, 국가 단위 식량안보 및 자급률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목표치 관리 방식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식량안보 및 자급률 관리를 단순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자급률 수치 관리에서 나아가 국민의 ‘먹거리’ 개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먹거리 식품 안전성 및 소득계층별 먹거리 접근성, 해외 농업의 확장성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적 관리로 전환을 제안한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제14조)에 따라 관리하는 16개 품목(군)을 정비해 ‘중점관리 품목’과 ‘내부관리 품목’으로 나누고, 품목별 목표치를 관리하는 ‘정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시급한 품목 중심으로 정책 수단을 집중해 ‘구호만 외치는 정책’이 되지 않기를 주문하고 있다.
현재 자급률 관리는 정부가 주도하는 게 주를 이루는데, 생산자와 소비자, 산업 및 정책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관리체계인 ‘(가칭)식량안보관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내놓는다. 식량자급률 목표 설정 및 성과 관리에 관한 협치 수준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이 산더미처럼 많은 상황에서 세계적인 식량 위기는 또 하나의 큰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에서 기존 정책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