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모습. 연합뉴스
[왜냐면] 신창현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필요한 건 알지만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대상으로 쓰레기 처리 시설을 들 수 있다. 쓰레기는 재활용, 소각, 매립 등 다양한 처리 방법이 있는데,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이름처럼 매립만 하는 곳은 아니고 쓰레기로 전기와 가스, 고형연료를 생산한다. 지난 30년 동안 수도권매립지가 처리한 쓰레기는 15톤 트럭으로 1천만대가 넘는 1억5871만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쓰레기 매립 비율에 관한 2019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매립률은 12.7%로 평균 42.1%보다 적지만, 일본(1%), 독일(0.2%) 등에 비하면 많은 수준이어서 더 줄여야 한다. 일본은 소각률이 79%이고, 독일은 재활용률이 66.7%이다. 우리나라의 소각률은 25.7%, 재활용률은 59.7%이다.
매립, 소각 구분 없이 모든 쓰레기 처리 시설은 님비의 대상이다. 주민들이 건강, 재산, 경관 피해 등을 우려하기 때문인데, 건강권과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30년 전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가 들어올 때 주민들이 겪은 악취, 파리, 먼지, 소음 피해를 되돌아보면, 님비를 지역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수도권매립지가 님비를 넘어선 요인 첫째는 기술 발전이다. 냄새나는 변소가 안방으로 들어와 화장실이 된 것처럼, 아파트 옆에 소각 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현재 수도권매립지 바로 옆에는 3800가구의 아파트가 신축 중이다.
둘째는 고통 분담이다. 30년 전에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고 사람이 적게 사는 외진 곳에 쓰레기 처리 시설을 설치했다. 건강, 재산, 경관 피해를 소수에게 떠넘긴 것이다. 서울 난지도가 그랬고 수도권매립지도 그렇게 시작했다.
수도권매립지가 난지도와 달라진 점은 고통을 소수에게 떠넘기지 않고 다수가 분담했다는 것이다. 쓰레기 처리 수수료의 10%를 주민을 위해 사용하는 주민지원기금 제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종량제 봉투 사용, 재활용을 늘리기 위한 분리수거 제도 도입, 악취를 줄이기 위한 음식물 매립 금지 등 비용을 지불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방식으로 2600만 수도권 주민이 고통을 분담했다.
셋째는 공동체 정신이다. 환경과 관련해 넓게 보자면, 수도권매립지 주민들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수돗물을 사용하는 인천시민들은 팔당호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에게 가해자다. 그래서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들은 서울의 공기오염을 유발하는 가해자다. 그래서 혼잡통행료를 내고 있다. 함께 살기 위해서 공동체가 할 일은 그 고통을 줄이는 비용과 불편을 소수에게 떠넘기지 않고 다수가 분담하는 것이다.
지난 6·1 지방선거 때 인천시장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는 다시 한번 성찰의 기회가 됐다. 다만 어딘가에 필요한 시설이라면 안전한 처리 방법이 무엇이고, 그 비용은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관한 토론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님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지만, 표를 얻기 위해 반대하는 선거용 님비는 이제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