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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용산기지 오염문제 해법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서 찾아야

등록 2022-06-15 19:36수정 2022-06-16 17:43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신용산역 인근 용산공원 시범 개방 입구 앞에서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신용산역 인근 용산공원 시범 개방 입구 앞에서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왜냐면]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미군에게서 반환받은 용산 미군기지 시범 개방을 두고 부지 오염 문제가 논란이 됐다. 부지에서 기름에 오염된 정도(TPH)가 기준치의 29배를 넘고 다이옥신, 비소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람에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지만, 야당과 환경단체 등은 오염된 토양을 완전히 정화하지 않고 개방하면 시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개방에 반대했다.

반환받은 미군기지 오염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기이한 점은 땅을 오염시킨 주체인 미군이나 미국 정부가 이와 관련해 견해를 밝히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와 환경단체 등만 보일 뿐이다. 정부는 정부가 우선 정화작업을 실시하고 미군과 배상 문제 등을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한미군의 위상이 ‘갑’이고 한국이 ‘을’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은 아니다. 주한미군에 대한 파격적인 조치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 조약 4조 “상호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에 의해 주한미군은 갑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보장받고 있다. 여기서 ‘권리’(right)는 법률적으로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을, 허여(grant)와 수락(accept)은 무상으로 주고받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기지 오염 문제가 제기되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이 거론되는데, 이 협정은 이 조약 4조에서 파생된 하위법 형식으로 주한미군 시설, 구역, 경비를 한국이 부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가 바로 소파에 의한 합의를 가리킨다.

소파 4조 1항은 미국 정부가 미군기지 시설과 부지를 반환할 때 원상태로 복원하거나 복원비용을 배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논란이 되자, 미국은 2001년 1월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키세)에 해당하는 오염은 미국 쪽이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문구를 ‘소파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포함했다. 여기서 ‘키세’는 ‘이미 알려져 있고, 긴박하며 실질적인 위험으로 인간 건강에 해로운 사항’을 뜻하는데,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주한미군 장병 가운데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단 한차례도 적용되지 않았다.

한편, 주한미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주한미군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제공하고, 주둔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하는 소파 5조의 예외적 특별조치를 담은 협정이다. 소파에서는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미국이 부담하도록 했는데,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별도로 만들어 한국도 분담금(주둔경비)을 내도록 한 것이다.

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모두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의 ‘권리’라는 법적 프레임 속에 만들어졌다. 즉 소파에 따라 주한미군은 기지 사용 중 발생한 환경문제에 책임지지 않게 됐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비로 1조원 넘게 부담하면서도 오염 기지 복원·배상과 관련한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주한미군과 관련한 불평등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5배 인상,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는 유엔사의 경기도청 사무실 휴전선 부근 설치 반대 등 사례도 있다. 세균전에 사용되는 독극물을 한국 세관의 통관절차 없이 한국에 반입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렇다.

한국 정부나 통일운동 관련 시민단체 등은 주한미군과 관련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문제를 지적할 뿐, 두 협정의 상위법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근본인 상호방위조약 4조는 외면한 채 소파만 거론하면 별 의미가 없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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