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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67년 만에 찾아온 부친의 순직 소식

등록 2022-06-22 17:48수정 2022-06-23 02:36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앞둔 지난달 31일 6·25 전사자 및 순직자가 안장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32묘역에서 서울동작청년회의소 회원들이 묘비 앞에 태극기를 꽂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앞둔 지난달 31일 6·25 전사자 및 순직자가 안장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32묘역에서 서울동작청년회의소 회원들이 묘비 앞에 태극기를 꽂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정희 |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2020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고충 민원 한 통이 접수됐다. 1964년 군 복무 중 돌아가신 ‘고 정○○ 상병’님의 사례로, 오랜 세월이 흐른 2007년에야 순직 통지를 받은 것이 부당하다는 민원이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어머니는 작고한 아들을 그리워하며 평생 이사도 하지 않고 같은 집에서 살았건만, 순직 통지 불과 한달여 전에 별세했다는 사실이다.

권익위 조사 결과 유가족에게 전사·순직 통보가 지연되는 문제가 드러났다. 6·25 전쟁부터 1986년에 이르기까지 전사·순직으로 변경 결정된 인원 중 아직 유가족에게 통보하지 못한 군인이 2048명이나 됐다. 전후 70년 가까이 흘러 확인 가능한 자료가 없고, 군번이 불명이거나 이름조차 복수로 확인되고, 또 주소가 북한인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주소가 논밭 등으로 바뀌거나 유가족이 이사하는 등의 현실적인 난관 탓이 컸다.

이에 권익위와 국방부(육군),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2월15일 업무협약을 하고 ‘전사·순직 군인 유가족 찾기’를 추진하기로 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전사·순직 군인들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한번 더 찾아보자며 시작한 유가족 찾기 활동은 출범 후 약 6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다행히도 127명의 전사·순직 군인 사례를 찾아냈다.

지난 6월3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 ‘고 김해제 하사’님의 묘역 앞에 휠체어를 탄 채 일흔을 훌쩍 넘긴 고인의 딸과 손녀, 그 밖에 여러 유가족이 모였다. 권익위, 국방부(육군), 국가보훈처 등으로 구성된 특별조사단도 함께했다.

김 하사는 6·25 당시 어린 딸들을 남겨두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했다. 전쟁 후에도 군 생활을 이어나가던 중 전후 혼란기인 1955년 군 복무 중 순직했다. 당시 유가족은 연락이 두절돼 제대로 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사망한 날짜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금까지 대략적인 날짜로 제사를 모셔오던 유가족은 심지어 고인이 현충원에 이미 안장돼 있었다는 사실조차 처음으로 알았다고 한다.

또 군 복무 중 순직한 ‘고 김용헌 일병’님의 위패를 유가족 뜻에 따라 58년 만에 국립서울현충원에 봉안해드린 일, 6·25 전쟁 당시 돌아가신 부친의 소식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보았지만 지금까지 알 수 없었다던 ‘고 김의현 일병’님의 아들 사연, 순직한 부친과 모친을 국립대전현충원에 함께 안장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마움을 표한 ‘고 이정래 상병’님 가족 이야기 등 많은 전사·순직 군인과 유가족 사연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숙연하다.

<논어>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적 부침 속에서도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수많은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6·25 전쟁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의 역할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이 땅의 모든 전사·순직 군인들을 가슴 깊이 추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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