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총파업 8일째인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교섭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정회 후 회의를 재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한상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화물자동차 운임제도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화물연대 쪽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한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고 컨테이너, 시멘트뿐만 아니라 전체 화물운송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파업까지 벌였다. 다행히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기로 합의해 파업은 끝났지만, 이번 사태는 화물운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화물자동차의 운임을 정상화해서 과로, 과속, 과적 등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근무 여건이나 행동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이 제도는 운임이 화물운송 시장의 자율에 맡겨둘 경우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며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위험 운전을 감수하는 관행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화물자동차의 운임이 낮은 이유는 운송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아서다. 화물운송 시장의 공급자가 되기 위해 큰 회사를 소유할 필요는 없다. 화물운송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노란색 번호판을 단 화물차 소유주라면 개인도 간단한 신고만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공급자가 많으니 낮은 운임에라도 일하려는 사람이 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안전운임제는 개인이든 법인이든 화물운송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전운임제가 실제로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근로시간 총량 제한과 연동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화물운송 사업은 장시간 일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비즈니스이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근무시간을 늘리는 게 이익이다. 실제로 화물운송업은 근로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몇해 전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에서도 제외된 업종이다. 근로시간 제한은 화주와 운송업자 모두 원하지 않는 듯하다. 화주 입장에서는 운임 상승의 가능성 때문에, 운송업자는 더 많은 수입을 얻을 기회를 잃을까 봐 원하지 않는다. 그만큼 과로 운전을 하기 쉬운 구조다.
현재 화물차 운전자의 과로 수준은 매우 심각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반 화물차주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2.8시간이다. 이 중 운전시간은 8.3시간이고 화물을 싣고 내리는 등 운전 외 근로시간은 4.5시간이다. 이 숫자가 평균인 만큼 이보다 길게 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주 5일만 근무한다고 가정해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64시간이다. 이렇게 과로하는 운전자가 늘 안전 운전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고령 운전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 위험성은 더 크다.
화물운송 시장의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근로시간을 엄격히 제한한다. 단순히 2시간 운전하고 15분 쉬라는 정책이 아니다.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 일주일 혹은 한달 단위로 근로시간 총량을 엄격히 관리한다. 미국에서는 특히 1937년부터 근로시간 총량 제한을 법제화했다. 이들 나라는 시장원리에 맡기면 될 화물운송 시장의 근로시간 총량을 왜 규제할까? 화물운송 서비스의 특성상 시장 자율에만 맡기면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총량 규제 없이 과로 운전을 막을 수 없다. 운전자 개인이 알아서 과로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은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근로시간 총량 제한이 있어야 적정선을 벗어난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겨 운임 수준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실제 근로시간을 어떻게 모니터링할 수 있을까?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용 화물자동차는 지금도 운행기록계를 장착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근로시간 총량이나 휴게시간 준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화주와 화물운송업자 모두 안전한 화물운송 시장을 만들기 위해 운임 인상 방안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총량제 논의도 같이 다뤄주길 바란다. 그래야 안전을 무시한 이익 추구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