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개원 연기 사태에 용인시 학부모 100여명이 2019년 3월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왜냐면] 박용환 |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2018년 하반기 17개 시·도교육청의 전국 사립유치원들에 대한 감사 결과가 최초로 실명 공개됐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감사 결과 유치원 원장·설립자들이 교비로 명품가방, 성인용품 등을 구매하고, 원장의 아파트 관리비와 외제차 구매 등 사적 용도로 유용하고, 위장업체 등을 통해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이 일었다. 사립유치원들은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2019년 3월 ‘유치원 개원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섰다가 여론의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다. 이러한 사립유치원 문제와 개원 연기 사태의 한가운데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란 단체가 있었다.
당시 한유총 이사장이었던 사립유치원 설립자 이덕선은 경기도교육청 감사 결과 사기,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2015년 3월부터 2018년까지 학부모들에게 교육비 47억원 상당을 받아낸 뒤 위장업체 8곳을 통해 교재·교구 대금을 부풀려 14억원 상당의 차액을 편취한 혐의였다. 여기에 딸 명의의 체험학습장 시설비, 한유총 연합회비 등으로 4억5천여만원 상당을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2019년 기소돼 2년 넘게 재판이 진행됐고,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형사12단독 노한동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그런데 판결을 앞두고 무슨 일인지 선고기일이 다섯차례나 연기됐다. 올해 1월20일로 선고기일이 정해졌으나 직전에 기일이 연기됐다. 그렇게 한번 연기되고 선고가 나올 줄 알았더니 2월24일, 3월31일, 4월21일, 6월9일, 7월18일로 무려 다섯차례나 기일이 연기됐다. 재판부가 변경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씨에 대한 선고가 계속 연기되는 사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었고, 그 결과 국가권력과 지방권력 대부분이 국민의힘으로 교체됐다.
2018년 사립유치원 비리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대안으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이 제안됐다. 유치원 교비를 교육 목적 이외에는 사용을 금지해 설립자가 지원금을 유용할 수 없도록 하고, 정부의 회계관리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며, 각종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 유치원 3법을 반대했던 정당이다. 유치원 3법에 반대하며 비리 사립유치원을 옹호했던 국민의힘의 행태는 최근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올해 1월26일 한유총 주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한유총 이사장님은 지난번 유치원 관련 터무니없는 공격을 당할 때, 무모한 세력들에 맞서 (저와) 같이 일을 해왔다. (…) 그렇기 때문에 저는 동지의 그런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며 한유총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사립유치원은 교육기본법(제9조)과 사립학교법(제2조)에서 규정하는 엄연한 ‘학교’다. 그런 사립유치원에서 교육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납부한 교육비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필수다. 그럼에도 지난해 검찰 구형 이후에도 이씨는 부정 사용이 적발된 교육비를 학부모들에게 반환하는 등의 조치도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이다.
사법부가 형사재판 선고를 다섯차례나 연기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최근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사건인데도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계속해서 연기한 이유를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말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조속히 판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