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왜냐면] 노청한 |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겠다며 학교 홈페이지에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던 조아무개양과 그 부모가 전남 완도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학교에서는 조양의 학교 결석이 길어지자 가정방문 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공개수사가 시작되고 많은 이들의 염원과 달리 일가족 3명 모두 생명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초등학생인 조양이 학교에 나타나지 않아 그나마 대응에 나설 수 있었지만,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 또는 가출 등 가정 밖 청소년의 경우였다면 과연 누가 나서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제도권 울타리 경계선을 오가는 이들을 다루는 부처는 행정안전부(경찰), 법무부(검찰·보호관찰소), 교육부(전적 학교),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위탁시설), 여성가족부(청소년보호위원회) 등이 있다. 결은 다르지만 법원(소년부)도 일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심축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이웃과 친인척이 가느다란 실마리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경우가 여기뿐이겠는가. 소년법의 1~10호 보호처분 중 가정과 소년원의 ‘가운데’에 위치하는 6호 처분(소년보호시설 위탁) 시설을 전담하거나 관리하는 부처가 없다. 6호 처분은 비행 정도가 크지 않으나 가정에서 보호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내려지는 ‘중간처우’ 결정이다. 법원(소년부)에서 6호 처분 감호 위탁시설로 지정한 기관은 전국에 17곳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판사는 “6호 처분을 내려야 하는 상황인데도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집으로 그냥 돌려보내거나 소년원 송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중간처우 시설 부족 등으로 소년범으로 지위가 바뀐 위기 청소년에 대한 처우도 사회 내 또는 시설 내 처우로 양극화되고 있다.
6호 처분 시설은 아동복지법의 아동보호치료시설에 해당해 복지부에서 인가한다. 하지만 2005년 관리 주체가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설립과 처분, 운영비 지원을 모두 시·도지사가 책임진다. 복지부는 매년 아동 개인별 지원액 기준 제시 등 정책을 총괄하고, 지자체는 지역 특성과 여건에 따라 시설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시설 종사 직원들 사이에서 “일괄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휴대전화 사용 여부, 교육 방식 등이 들쭉날쭉하다. 6호 처분은 사생아와도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8살 미만 실종아동 신고는 4만1222건이 접수됐다. 사망한 10살 미만 어린이와 10대는 각각 1001명, 766명이었다. 이들이 공교육 등 제도권에서 이탈해 학교 밖으로 나가기까지 가정 말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사회보호망, 즉 의지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딱히 보이지 않는 게 우리 사회의 비극 아닐까. 청소년 지도 전문가들은 말한다. “청소년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컨트롤타워와 함께 이들에 대한 범부처적·전국민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영화 <브로커>에서 우연히 ‘가족’이 된 다섯명이 서로 주고받는 위로의 말이 있다. “○○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는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소중한 존재이니까.” 여기서 예외인 아동, 청소년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청소년을 보호할 컨트롤타워를 한시라도 빨리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