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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원희룡 장관님, ‘거제 사곡만 산업단지’가 절대 안되는 이유는 말이죠….”

등록 2022-07-13 18:09수정 2022-07-14 02:36

2017년 7월12일 오후 서울 광화문1번가에서 환경운동연합,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거제해양플랜트 산업단지 조성사업 전면 재검토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7월12일 오후 서울 광화문1번가에서 환경운동연합,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거제해양플랜트 산업단지 조성사업 전면 재검토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장용창 | 경남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장관님은 최근에 거제 사곡만 산업단지 조성 계획의 승인을 요청하는 결재서류를 받으셨을 것입니다. 장관님께서 그 계획을 불승인해주실 것을 부탁하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잘피 등 해양보호생물로 가득한 이 바다를 매립해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며 거제시청이 나선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해양플랜트는 망망대해에서 수천m 아래로 파이프를 내린 다음, 다시 그 바닥에서 땅속으로 수백m 깊이 구멍을 뚫어 석유나 가스를 채취하는 시설입니다.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했다가 2013년께 무려 7조원 규모 손실을 봅니다.(<연합뉴스>, 2016년 2월24일). 바다를 떠다니는 선박과 달리 해양플랜트는 한곳에 가만히 떠 있으면서 수천m 아래에서 진행되는 석유 등 채취 작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선박과 비슷하면서도 선박과는 다른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이런 차이를 쉽게 생각했고 건설 원가 예측을 제대로 못해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해양플랜트 산업의 과제와 대응 방안’)

거제에 본사를 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민간의 자금을 이용해 1조7천억원짜리 해양플랜트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거제시청의 계획을 국토교통부가 지금까지 승인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산업단지를 조성해도 들어올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조선산업을 살릴 방법은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입니다.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제조업과 연계해 기술 혁신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방법이라고, 장관님을 포함한 지난 대통령 선거에 나온 대부분 후보님이 주장하셨으니, 장관님도 잘 이해하실 겁니다.

사곡만 산업단지에 투자한다는 거제 조선소들의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볼까요? 망해가는 대우조선을 국민 혈세로 살리기 위해, 우리 정부(산업은행)가 대우조선의 대주주가 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한 해에만 1조7천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이 계속 악화해 다른 조선업체에 매각하네 마네 하는 논의가 벌써 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무슨 돈이 있어서 산업단지 조성에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께 최고 호황을 구가한 이후 계속해서 사업 물량 자체가 줄어들어, 2021년 한 해에만 직원 약 3천명을 내보내야 했습니다.(<매일경제>, 2021년 6월7일) 사정이 이러한데, 무슨 산업단지가 더 필요할까요? 돈이 있다면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나라 조선산업,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이런 말씀을 장관님께 드리려고 지난 7월6일 거제시민들이 국토교통부를 찾아갔지만, 장관님을 뵙지 못하고 담당 공직자님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거제시민들이 이런 자세한 상황을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공직자님들은 “산업단지 승인에 하자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예, 승인에 법적 하자는 없죠. 그런데 단지 하자 여부만 검토할 거라면, 산업단지 계획을 승인할 권리와 책임을 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맡겼겠습니까. 장관이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지혜로운 판단을 하라고 권리와 함께 책임을 준 것일 테지요.

그러니, 장관님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론 사곡만 산업단지 조성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공약할 때, 이런 사업 하나하나를 자세히 검토하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공약이야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보고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자리여야 합니다. 국민은 대통령께서 우리 경제를 살려주시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약사항이더라도 자세히 살펴보고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공약을 지키지 못해 미안합니다만,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 이 공약은 안 지키는 게 좋겠으니, 국민께서 이해해주십시오”라고 말씀하시는 게 훌륭한 대통령일 것입니다. 또 이런 조언을 대통령께 드리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장관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장관님께서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시리라 믿습니다.

경남 거제 사곡만은 사곡해수욕장으로 거제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원종태
경남 거제 사곡만은 사곡해수욕장으로 거제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원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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