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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대통령실에 퍼스트레이디 보좌 공조직을

등록 2022-07-18 18:34수정 2022-07-19 02:38

비선·지인 동원 ‘김건희 블랙홀’ 어떻게 해야 할까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헌화분향단상에서 헌화하고있다. 빨간 원 속 인물이 대통령 비서실 소속 정아무개씨로,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대표일 당시 수행을 담당했던 코바나컨텐츠 직원이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헌화분향단상에서 헌화하고있다. 빨간 원 속 인물이 대통령 비서실 소속 정아무개씨로,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대표일 당시 수행을 담당했던 코바나컨텐츠 직원이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냐면] 안영섭 | 전 MIT 정치학과 초빙교수

최근 30%대로 떨어졌다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은 “무엇을 위한 정권교체이냐?”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 이제 막 출범 두달을 넘긴 윤석열 정부를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국민의 실망 배경에 있는 ‘비선’, 사적 채용 논란 등은 큰 그림에서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적어도 일부가 민주적 제도들 밖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대통령은 시급한 국정 현안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 문제를 하나씩 차분히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민심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순리다. 그 단계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점은 국정이 일부라도 제도권 밖으로 탈선해 정치적,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란 대의민주주의이며,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민주적 제도들을 통해 행사하는 정치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권양숙 여사를 방문할 때 공식 수행팀에 사적 지인을 포함해 비선 개입 논란이 일었다. 이후 곧이어 윤 대통령 부부가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배우자가 동행한 사실이 알려져, 윤 대통령과 그 보좌진의 공직 윤리관을 의심하게 했다. 대통령실과 공적 관련이 없는 민간인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고 외국에서 대통령 부부와 일정을 함께한 것은 공직사회 기강의 근간을 뒤흔드는 부적절한 행위다.

이런 논란에 윤 대통령 쪽은 사적 지인이라는 이들을 두고 “무속인이 아닌 대학교수” “부산 친구”라고 두둔하며, “장기 해외 체류 경험” “영어 실력” “국제행사 기획능력” 등 표현을 써가며 동문서답식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런 행위가 공사 구분, 공정성, 민주적 권력행사 등을 훼손했는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이 지금까지 보인 대응은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 2명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김건희 여사를 보좌할 계획’이라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다. 언론에 “김건희 블랙홀”(국민의힘 관계자)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김 여사 활동 보폭이 늘어나면서 여야에서는 퍼스트레이디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기에 ‘퍼스트레이디’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윤 대통령은 이런 지적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우선, 퍼스트레이디는 외교, 복지, 문화,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공적 활동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퍼스트레이디는 법이 보장하는 특권을 누리는 한편, 개인적 자유와 권리는 일정 부분 제약받는다. “케이크를 갖기도 하고 먹기도 할 수는 없다”는 영어 속담처럼 말이다. 미국에는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오벌 오피스)이 있는 웨스트윙 반대편 이스트윙에 퍼스트레이디실이 있고 사회담당 비서관(social secretary)과 그 스태프들이 퍼스트레이디를 보좌한다.

둘째,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는 국정운영과 관련한 최고급 정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대통령 가까이에 있으면서 그의 최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근거리 정책결정자’(PPM: proximate policy maker)들 가운데서도 퍼스트레이디는 첫번째로 손꼽힌다. 따라서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친 투철한 공직 윤리를 지닌 보좌진이 퍼스트레이디 활동의 보안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전담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순실게이트에서 가장 본질적 문제는 민간인 최순실(최서원)이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며 막강한 지근거리 정책결정자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관저팀” 직원 2명이 최순실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셋째,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회사 직원을 대통령실에 채용할 수 없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의 초박빙 승리로 인한 정권 정당성(regime legitimacy)이 취약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비선 개입, 사적 채용 논란은 허약한 정권 기반마저 흔들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 위기의 주원인은 정치지도자의 자질 부족이라고, 지난해 타계한 세계적인 역사학자 도널드 케이건 예일대 교수는 강조했다. 지금 같은 국정운영 방식이 계속된다면 이 정부가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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