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저임금 공무직 노동자의 실질임금 삭감 공정한가요

등록 2022-07-20 18:46수정 2022-07-21 02:09

공공운수노조 중앙행정기관 비정규직 공동투쟁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앙행정기관 비정규노동자 공동파업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 중앙행정기관 비정규직 공동투쟁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앙행정기관 비정규노동자 공동파업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공성식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등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노동자들이 20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에 고용돼 공무를 담당하고 있는 비공무원 노동자들이다.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 2020년 기준 월평균 임금은 260만원, 초과근무수당 등을 제외하면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224만원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에 소속된 다른 공무직들보다도 낮다. 공무원 평균 보수 539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명절휴가비와 같은 복지수당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 시정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2년 넘게 그대로다.

소비자물가는 6% 넘게 폭등하는데 정부는 임금 인상은커녕 실질임금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 5.1%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각종 수당을 임금에 산입해 인상률만 높이는 꼼수를 쓰고 있다. 각 부처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인건비 예산을 평균 1.8%만 증액 편성했기 때문에 임금 인상 재원이 없다고 주장한다.

인건비 1.8% 증가분을 똑같이 나누면 공무직 노동자 한명당 월 4만원가량 돌아간다. 부쩍 오른 점심·저녁 밥값을 벌충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소비자물가는 2.5% 올랐지만 공무직 인건비는 1.4% 증가에 그쳤다. 저임금 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고려하면 10% 이상 인건비 증액이 필요하고, 최소 7%는 늘어야 지난해 실질임금 삭감분을 만회하고 폭등하는 물가를 그나마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내년 공공부문 인건비 예산 동결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공무직 노동자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생계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 삭감은 고통 분담이 아니라 고통 전가일 뿐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권고안이 결정되면 공무직 인건비도 그에 준해 인상된다. 월 539만원 받는 공무원과 월 260만원 받는 공무직에게 똑같은 비율이 적용되니, 인상액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공무원은 호봉 승급에 따라 추가로 2~3%의 임금이 인상된다. 더군다나 공무원은 보수위원회라는 협의 구조라도 있지만, 공무직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 공무직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정부는 공무직위원회에서 내년 인건비 인상 수준을 논의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공무직 노동자 역시 노동자로서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교섭에는 임금과 관련해 아무런 권한이 없는 부처 공무원들이 나와서 “예산이 없다”,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결국 기획재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인건비 예산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기에 공무직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은 허울일 뿐이다. 이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다.

물가폭등 시대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부당한 차별을 철폐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공무직 노동자들에게 남은 유일한 수단은 파업이다. 누가 사용자로서 이 문제의 책임을 질 것인지 이제 대한민국 정부가 답할 차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