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노동자를 위한 노동기본권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강연배ㅣ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실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작은 병원이나 동네 의원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하자는 것이다. 이 교섭을 통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줄이고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4월15일부터 한달가량 관련 협회의 도움을 얻어 작은 병원과 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와 면접조사를 했다. 온라인으로 한 설문조사에는 4058명의 노동자가 응했다. 응답자 열명 중 셋은 ‘직장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94%는 코로나19로 불이익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 절반가량이 무급휴가, 무급휴직, 연차휴가 강제 사용 등 휴가 관련 불이익도 받았다고 응답했다.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연장근무나 휴일 수당을 받지 못했으며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거나 제공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작은 규모 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복지부가 7월 초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2억3천만원이다. 이는 간호사 임금보다 5배, 간호조무사 임금보다 8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이것은 전체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평균이고 실제로 규모가 작은 병원이나 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임금은 원장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노동자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늘 생활을 꾸리기 힘들 정도로 박봉에 시달리는 고단한 삶’이라고 말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될까? 최근 통계 자료를 보면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을 제외하고 중소 병원에는 의사를 빼고 11만명, 요양병원은 10만여명이 일하고 있다.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등에는 의사 외에 22만여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근로기준법이나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5인 미만 병·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하고 국회도 나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고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에 공문을 보내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하자고 요청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은 ‘사회적 책무’이다. 협회들의 응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