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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한-중 수교 30년, 위기는 지금부터다

등록 2022-08-08 18:52수정 2022-08-09 02:35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왜냐면] 이윤수 | 중국 산둥대 정치행정학부 조교수

1992년 8월, 노태우 정부가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중국과 수교했다. 그 뒤 30년 새 중국은 미국과 패권전쟁을 벌일 정도로 성장했고, 한국도 중국과 관계 설정이 안보·경제적인 측면에서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 됐다. 한-중 수교 전 30년과 수교 후 30년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30년을 전망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비슷한 시기 건국한 우리나라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초기에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나마 한국은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며 빈곤 상태를 벗어났고, 그 결과 중진국으로 발돋움하였다. 반면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1979년 개혁·개방에 나섰지만, 1962년부터 1992년까지 30년은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 나갔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1992년부터 2022년까지 30년은 동반성장의 시대지만, 두 나라 사이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다. 수교 초창기 중국은 투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한국 역시 비교적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고 신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두 나라 사이가 긴밀해지면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떠올랐고, 중국을 상대로 상당 규모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다만 경제가 성숙해 저성장기로 들어선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중국은 더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어 중국은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에서 ‘할 일은 하겠다’는 유소작위로 그 태세를 전환했다. 이제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양대 강국(G2)이 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렇다면 2052년까지 앞으로 30년은 어떨까. 우선 한국에는 위기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중국과 비교해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고 우주, 드론 같은 최첨단 분야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 발전은 눈부시다. 국가 주도 일변도를 벗어난 2015년부터는 ‘란젠항톈’(藍箭航天)이나 ‘싱지룽야오’(星際榮耀) 같은 민간기업의 약진이 괄목할 만하다. 물론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해도 30년 안에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저물고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가 열린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지난 100년간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은 쌓아놓은 자산과 토대가 있고, 지금도 세계 최고 인재들이 모여들어 어느 나라보다 앞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상황은 다르다.

중국의 일면만을 보고 후진국이라며 중국을 조롱하는 한국인들이 더러 있다. 감정적으로 싫더라도 객관성을 잃으면 도리어 우리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중국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임진왜란이 끝나자 서애 류성룡은 <징비록>을 저술해 지난날의 잘못을 경계하고 미래를 대비하려 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병자호란이 일어났고, 인조는 청의 황제 홍타이지에게 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바닥에 찧는(삼궤구고두) 치욕을 당했다. 당시 조선은 여진족을 한수 아래라고 여기고 저물어가는 명나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제대로 된 현실 진단은 아니었고 결국 삼전도의 굴욕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힘을 제대로 축적하지 않은 채 상대방을 과소평가한 결과였다. 한-중 수교 30년이 된 지금도 역사적인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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