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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김건희 논문 사태와 대학·교수의 부끄러움

등록 2022-08-22 18:09수정 2022-08-23 02:38

국민대 졸업생들과 숙대 졸업생 등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서 국민대가 이달 초 김건희 여사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국민대 졸업생들과 숙대 졸업생 등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서 국민대가 이달 초 김건희 여사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왜냐면] 황은성 |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교수·교육부 연구윤리자문위원

지난 19일 국민대 교수회가 김건희 여사 논문들에 연구부정이 없었다는 학교 쪽 발표에 조사과정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자체 검증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규명을 기대했던 국민에게는 다소 맥 빠지는 일이다. 앞서 교육부 또한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학의 검증 시스템을 존중한다”며 대학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미성년 자녀들의 부모 논문 공저자 등재 문제가 불거지자 대학들에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 공개했던 3년 전 행보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국민대와 교육부의 이런 태도도 문제지만, 학계 또한 김명신(당시 논문 저자명)씨의 부실하고 부정한 논문이 나오게 될 수 있었던 원인을 짚어보고 각성해야 한다.

문제의 ‘member Yuji’ 논문은 <한국디자인포럼> 학술지에 김명신과 지도교수 전승규, 2인 저자로 게재됐다. 논문이 학술지에 투고되면 주장하는 바와 제안하는 정보가 정확하고 가치가 있는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심사를 받는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문장과 단어가 적합하게 사용됐는지 살펴보게 되고 적절히 수정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제목에서부터 말도 안 되는 오류가 있고 본문에는 형편없는 수준의 비문들이 여럿 존재하는 이 논문은 제대로 된 심사를 받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 지도교수가 주로 맡는 교신저자는 논문 투고 전에 최대한 오류를 줄이고자 검토, 수정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다. 그런데 문제 논문을 보면, 지도교수가 이런 노력은커녕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듯하다. 진실한 정보와 지혜 전파의 소명을 가진 학술지 또한 어떤 심사도 거치지 않고서 이 논문을 출판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가 문제없다고 변호하고 있지만 여러 매체의 글과 자료들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김명신의 박사학위 논문 또한, 지도교수는 논문 심사위원들과 함께 주어진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김명신씨보다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한다. 표절된 내용은 지금처럼 중복검증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으면 쉽게 알기 어렵지만, 논문에 사용된 자료들은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논문 초고를 한번이라도 들여다보고 ‘이건 어떻게 만든 자료인가?’ 하고 묻기만 했어도, 이런 수준의 표절을 피했을 것이다.

수년 동안 연구부정 관련 조사에 참여한 필자 경험에 의하면, 학위논문 표절이나 데이터 날조 같은 연구부정의 경우 그 태반은 이면에 연구 지도의 부재가 있었다. 일전에 매스컴을 달구었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의 논문 표절도 교수의 부실한 연구관리에 기인한 사례였다. 김명신씨 학위논문에는 지도교수 외에 4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수준의 논문인지 심사해야 하는데, 논문을 읽어보지도 않고 이름만 빌려준 듯하다. 국민대는 이렇게 부실한 논문 지도와 심사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적이 또 있다. 과거 국회의원이던 문대성씨의 학위논문 건이 그것이다. 우연의 일치로 치부할 일일까?

교수와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지금이 좋은 기회다. 대학원생의 논문에서 연구부정이 있었을 때, 학생만 징계하고 말 게 아니다. 지도교수도 부실한 연구교육의 책임을 져야 한다. 논문 심사위원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학생의 기만으로 발생한 것인지, 연구교육의 부실함 때문인지 조사하면 쉽게 파악된다. 연구정의 수립에 대한 공감대가 대학 전체에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 대학 총장이 나서야 한다. 이제라도 국민대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옳게 처리한다면 국민대는 물론 학계 전체의 신뢰도는 급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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