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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의 ‘제주남방큰돌고래’ 천연기념물 지정이 무산된 이유

등록 2022-08-22 18:09수정 2022-08-23 02:37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 앞바다에서 물 밖으로 힘차게 튀어 오르고 있다. 류우종 기자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 앞바다에서 물 밖으로 힘차게 튀어 오르고 있다. 류우종 기자

[왜냐면] 박현지 |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제주에 가면 삼팔이, 춘삼이, 복순이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족관에 붙잡혀 돌고래쇼를 하다 대법원 판결에 의해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이다. 언젠가는 꼭 보러 갈 거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계기로 돌고래 해방운동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다. 특히 우영우가 국내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불법포획과 수족관에서의 쇼 동원, 그리고 귀향 방사 사건을 언급하며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 열기가 한층 더 높아졌다.

과거 제주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는 1천마리 이상 발견됐다. 그러나 현재 110여마리로 감소했다. 이들은 국제법상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는 ‘부속서Ⅰ’로 지정돼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들을 가까운 장래에 멸종 가능성이 높은 ‘준위협종’(NT)으로 분류했으며, 국내법에서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관리받고 있다.

그러나 간과되고 있는 면도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우리나라 고유 문화유산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그것 중 하나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수백년 이상 제주 연안에서만 서식하며 제주 해녀 등과 함께 생활해왔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예로부터 제주 해녀들은 제주남방큰돌고래를 ᄀᆞᆷ새기, ᄀᆞᆷ수기, 곰새기, 수애기, 수어기, 수해기로 불러왔다. 제주에서는 “ᄀᆞᆷ새기 올 때 궃인 것 하나 조친다”(돌고래 올 때 상어가 따라온다) “웨ᄀᆞᆷ새기 노는 딘 가지 말라”(외톨이 돌고래 노는 데는 가지 말라) 등 제주고래와 관련된 속담과 속설이 전해 내려온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고래는 신성시돼 금구(禁句·금지된 말)로 여겨졌고 산 채로 혼획되더라도 죽이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5권(선조 4년 11월29일)에도 “신이 삼가 살피건대 제주에는 강돈(江豚·돌고래)이 사슴으로 변하여 그 생산이 끝이 없고 그 지방에는 호표(虎豹·호랑이와 표범)나 시랑(豺狼·승냥이와 이리)이 없어 사슴과 노루가 번성하고 있습니다”라는 제주 돌고래 관련 내용이 언급돼 있다.

이런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인정돼 천연기념물 지정 검토가 이뤄지기도 했다. 문화재청 ‘자연유산 보존·관리·활용방안 마련 연구’(2020년)를 보면, 제주도는 제주도 학술용역심의위원회와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에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천연기념물 지정에 대한 연구용역 실시 타당성을 의뢰해 ‘적정’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뜻밖의 난관에 부닥쳐 중단된 상태다.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인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경우, 관리 주체가 해수부와 문화재청으로 이원화돼 중복지정 이전보다 효율적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행정력만 낭비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행정상 문제로 천연기념물 지정 논의가 무산된 셈이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우리가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역사·문화유산으로 공인됐다는 큰 의미를 지닌다.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남방큰돌고래에게 그런 의미가 있다면, 중복지정으로 인한 관리 이원화를 이유로 논의를 중단시킬 게 아니다. 반대로 이중으로 지정하면 보호·관리의 효율성이 더욱 제고되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관련 기관들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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