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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거래할 때 구글의 허락을 왜 받아야 하나요?

등록 2022-08-24 19:30수정 2022-08-25 02:06

구글 로고. 연합뉴스
구글 로고. 연합뉴스

[왜냐면] 장용창 | 경남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며칠 전 아들 휴대폰에 1만5900원짜리 영어사전 앱을 깔아주려고 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영어사전 앱을 선택한 뒤 ‘결제하기’ 버튼을 눌렀더니, ‘가족인증’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휴대폰의 주인이 미성년자여서 부모가 대신 결제해야 하는데, 제가 아들의 아버지임을 인증하라는 겁니다.

‘뭐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니까’라며 가족인증이라는 걸 받아보려 시도했습니다. 아들과 제 휴대폰을 동시에 놓고, 구글이 시키는 대로 하는데, 이상하게도 세부 메뉴가 안 보이는 겁니다. 세부 메뉴를 찾으려 컴퓨터까지 켜서 이것저것 검색해봤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고, 결국 한시간가량 시간만 허비하다 포기했습니다. 구글은 보통 기업들처럼 고객불만을 전화로 해결해주는 애프터서비스(A/S)센터도 없어,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숨을 쉬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물건 하나 사려는데 내가 왜 구글 허락을 받아야 하지?’ 저는 삼성 휴대폰을 사용하고, 에스케이텔레콤의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며, 구매하려던 영어사전 앱은 동아출판사가 만들었습니다. 이 거래는 구글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도대체 왜 제가 구글 허락을 받아야 할까요?

우리의 인터넷 생활에 대한 구글의 지배는 워낙 광범위해서, 아마 이런 질문이 낯설게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신원을 인증할 권리를 우리가 언제 구글에 줬나요? 정부가 국민 안전을 위해서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제 신원을 파악하겠다면 저는 순순히 응하겠습니다. 우리 정부니까요. 하지만 구글은 도대체 뭐죠?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보면, 꺽정이네 산적 패거리는 오일장이 열릴 때마다 고갯마루를 지키고 서서 행인들로부터 장에다 팔 물건값의 10%를 통행세로 받습니다. 구글이 저한테서 거래세를 받아간 건 아니지만, 이건 마치 구글이라는 산적 패거리가 오일장에서 거래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검사하고 거래할 수 있는지를 허가해주는 것과 똑같은 일이 아닐까요?

휴대폰을 이용한 전자상거래는 일상이 됐습니다. 거래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입니다. 상거래 때마다 우리의 신원을 검사할 권리를 우리 국민이 구글에 준 적은 없습니다. 구글이 독점하고 있는 신원인증을 바꿀 방법을 모색해봐야 합니다. 전자상거래에서 신원인증이 필요하다면, 구글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해야 합니다. 혹은 휴대폰 제조사, 통신사, 앱 판매 기업 등 여러 기업이 신원을 확인하거나, 이용자가 여러 방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구글에 우리 거래를 허락받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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