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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생산성 낮아지지 않게 하면서도 안전한 일터 만드는 방법

등록 2022-08-29 18:17수정 2022-08-30 02:36

‘세계 산업재해 사망자 추모의 날’인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무력화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세계 산업재해 사망자 추모의 날’인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무력화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왜냐면]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320명이다. 매일 1.77명이 일터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셈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사고사망자는 2017년 964명에서 2021년 828명으로 4년 새 14% 줄었다. 하지만 사망사고 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2021년 기준)은 0.43으로,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제조업 경쟁국보다 3배 이상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작업장 안전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으며,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계기로 사업주의 안전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끼임, 추락, 부딪힘, 질식, 폭발 등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고, 특히 사망사고 희생자의 62.5%가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2022년 상반기 기준). 안전의 양극화인 셈이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고 소규모 사업장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함께 노사의 의식과 관행을 바꾸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침 정부가 하반기에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고민하고 있으니, 실효성 있는 개선책 마련을 위해 몇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내실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이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고 근로자대표의 참여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을 경우 근로자대표가 참여하게 되는데, 선출 방법과 역할 등이 모호해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하청업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원·하청업체가 함께 구성하는 안전보건협의체에 노동자 대표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는 원·하청 안전보건협의체 설치는 법으로 의무화돼 있지만 원·하청 경영진 간 논의로 제한돼 있다. 안전예방 논의에 위험요인을 잘 알고 있는 노동자가 참여해야 제대로 된 논의와 대책 마련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노동자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적 보완을 추진하고, 사업주도 법에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노동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급박한 위험이 닥치면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고 사용자는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급박한 위험’의 구체적인 기준이 모호해 실제 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노사가 작업장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기준에 합의하고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 작업중지를 할 경우 일절 불이익을 주지 않고 노동조합은 작업중지권을 쟁의 행위로 악용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영세해 회사 차원의 조치가 어려운 만큼, 사업장이 밀집된 공단에 공동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가 소규모 사업장들의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공동안전관리자 선임과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작업장 안전은 노동자를 위한 시혜적 조치가 아닌 윤리적 약속이자 생존의 전제조건이다. 기술 진보로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생산성이 낮아지지 않는 것처럼, 안전하게 일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것 또한 노사가 인식을 바꾸고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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