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남쪽 최북단인 경기도 연천군의 군남홍수조절댐. 통일부 제공
[왜냐면] 이중열 | 물복지연구소장·전 한국수자원공사 처장
임진강에서 북한 주민으로 보이는 주검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지난 7월1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강 통일대교 부근에서 생후 6개월가량으로 추정되는 영아가 발견됐다. 아기에게는 생후 2개월 이내에 접종해야 하는 국가 접종의 흔적이 없었다. 앞서 6월23일 임진강 군남댐 하류에서 발견된 여성 주검 상의엔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이 담긴 배지가 달려 있었다.
분단은 서로 총을 겨눈 뭍에서의 일이다. 철새가 남북 하늘을 오가듯, 강물 역시 소리 없이 남북을 오간다. 하지만 강이라고 민족의 비극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전엔 금강산댐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임남댐이다. 북한이 발전용으로 세웠고 저수량은 26억톤이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 평화의댐이 있다. 저수량은 26.3억톤이다. 그리고 그 밑에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이 줄지어 있다.
이 북한강 수계 댐들에 직접 영향을 주는 존재가 황강댐의 7.4배 용량인 북한의 임남댐이다. 그래서 임남댐의 상류지역에 폭우가 내리면 방류 계획을 북한에 사전에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뉴스가 종종 등장한다.
남북은 2009년 무단 방류로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해 그해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한 바 있다. 실무접촉에서 댐 방류 때에는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북한 입장은 “그때그때 달라요”였다. 북한은 황강댐 3회, 임남댐 3회 등 모두 6차례 군 통신선을 통해 우리 쪽에 사전통보 뒤 방류했다. 하지만 2020년 장마철엔 저수량 3.5억톤 규모 황강댐 수문을 사전통보 없이 여러차례 열었다. 그 탓에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가 가파르게 올라 파주와 연천 지역 주민들이 긴급 대피한 일도 있었다.
북한이 임남댐을 완공된 이후 우리가 입은 피해는 적지 않다. 수자원 관리가 안 돼 하류 유량이 줄었다. 북한강 수계 댐들의 전력생산량 또한 감소했다. 정부가 나서서 북한에 공유하천 관리를 위한 협력을 제안하고 남북 상생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공유하천 관리에 따른 남한 쪽 혜택이 더 크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 그럴 것이다. 이렇듯 서로 생각이 다르니 결실을 보기 어렵다.
문제는 남북이 공유하천 관리와 보전을 통해 가뭄과 홍수 등 재난을 관리하고, 공유하천 관리로 발생하는 이익을 직접 느끼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물 안보 차원에서 북한에 당근, 즉 적절한 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한과 북한이 함께 윈윈하는, 그래서 더 안정적인 식수공급과 홍수예방 효과를 얻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 경협의 시작으로 임남댐을 우리 돈으로 리뉴얼하고 제대로 된 발전설비를 갖추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북한은 전력 갈증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고, 남한은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상류의 북한 지역이 침수 안 되는 범위에서 평화의댐 저수용량을 늘려 수자원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그러면 임남댐 26억톤과 평화의댐 약 5억톤, 합 31억톤 이상의 용수량 확보뿐만 아니라 연중 균일한 발전 방류로 인한 북한강 수계 수질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임남댐의 발전 방류 수량을 하류 5개 발전댐(임남댐~팔당댐 표고차 240m)에서 순차적으로 발전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약 10.3억㎾h/년, 2100억원 상당의 친환경에너지와 수익이 발생한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다목적댐 추가 건설 없이 수도권에 공업용수와 2600만명이 사용하는 31억톤의 수자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진정한 물 안보 실현과 물로써 물길을 여는 경협,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