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의 여파가 대학가로 번지며 대학교 학생식당 가격이 오른 가운데 지난 5월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재학생이 식권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곽명곤 |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학부 4학년
‘대한민국 빈곤 3대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거지, 노숙자, 그리고 대학생을 일컫는다. 그중 대학생에 주목한다. 다른 두 부류의 빈곤자들은 즉각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처지인 반면, 대학생은 학업에 얽매여 아르바이트 등을 통한 부수적인 경제수입을 얻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캠퍼스 낭만’이 ‘고난의 행군’으로 변모하는 상황은 덤이다. 학생 겸 노동자인 ‘회색인간’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인간상은 대개 학점도 어중간하고 80만원 남짓 약소한 월수입으로 생활한다는 특징이 있다.
2011년 한국 사회는 ‘무상급식’ 논쟁으로 뜨거웠다고 한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무상학식’ 논의를 제안한다. 대학 7학기를 수료하고 마지막 학기를 앞둔 ‘프로 현직 대학생’으로서 지난 대학생활을 톺아본다. 학업·연애·진로 등 개인적인 고민을 제외하고 가장 큰 고충은 주거비·식비 문제였다. 소수 유복한 대학생들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기겠지만, 다수 대학생은 월셋날이 다가오면 맥박이 빨라진다거나 남은 월급날까지 편의점 김밥 몇줄을 사 먹을 수 있는지 계산해본다거나 하는 경험에 익숙할 것이다. 그나마 주거비 고민은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월세지원 정책으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 식비 고민은 여전하고 그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상승률이 사회의 약한 고리를 강타하는 것은 자명한 진리일 텐데, 그 고리 한 축에 ‘밥상물가’에 일희일비하는 대학생이 있다. 최저시급 인상 운운하지만 학업 또는 시험 준비에 매진하느라 수입 없이 지출만 있는 대학생들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이야기다.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집안에 손 벌리는 상황도 부담스러운데, 물가까지 올라 대학생 본인과 가계에 모두 부담이 가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상학식은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성격이 결부된 정책일 수도 있다. 대학 재학생이 수혜 대상자이면서도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이 더 긴요하게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기성복 가격표 앞에서 고민하다 단념하곤, 에스피에이(SPA) 브랜드 의류매장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술자리에선 소주가 최선이다. 평범한 대학생의 일상이다. 혹자는 “이제 선진국이다! 소득 5만불 대한민국을 꿈꾸자!”라고 거창한 구호를 외치지만, 정작 대한민국 대학생의 삶은 더 팍팍해지기만 한다.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했다고 비판받는 시대지만, 혹여나 “풍부한 교양과 합리적인 이성을 갖춰 사회 개선에 기여하고자 하는” 대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대학교에서 이런 말을 하면 주변에서 다들 웃겠지만, 그런 재목이 실제 있다면 식비 고민보다는 공동체에 관한 고차원적 고민에 골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국가의 책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