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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SKY 지방이전’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현실적이다

등록 2022-09-19 18:46수정 2022-09-20 02:07

서울대 정문. 김태형 기자 xogu555@hani.co.kr
서울대 정문. 김태형 기자 xogu555@hani.co.kr

[왜냐면] 김종영 | 경희대 교수·<서울대 10개 만들기> 저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SKY(서울·고려·연세대) 지방 이전’을 국정 핵심 과제로 제안했다. 세계적인 도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와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세계적인 대학의 존재’를 꼽았다. 지역혁신체제를 수십년 연구한 학자들과 같은 결론이다. 우리는 지식경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시대를 열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세계적인 대학이 지방에 있어야 한다는 이 장관의 문제의식엔 공감한다.

문제는 해결 방안이다. 세계 대학 900년 역사상 규모가 큰 명문대를 옮긴 사례는 거의 없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이 1872년 필라델피아 동쪽에서 서쪽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1916년 보스턴 시내에서 외곽으로 캠퍼스를 옮겼다. 동숭동, 연건동, 을지로 등에 흩어져 있던 서울대는 1970년대 중반 종합화 계획에 따라 관악캠퍼스로 이전했다. 이 사례들은 동일한 도시권역 안에서의 이전이다. 당시엔 대학들이 지금처럼 거대한 인프라를 갖추지 않았기에 이전 작업은 비교적 수월했다.

하지만 현재 대학들은 실험실, 도서관, 강의실 등 거대한 인프라 복합체다. 서울대에는 200여개,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120여개 건물이 있다. 길게는 100여년 동안 인프라가 축적된 결과다. 이를 어떻게 이전할까. 이 장관은 사실상 불가능한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지방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들면 된다. 인구 4천만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서울대 수준 대학이 10개 있다. 세계적인 명문대로 손꼽히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와 엘에이캠퍼스(UCLA),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도 모두 지방대였다. 이 대학들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자로 세계적인 대학이 됐고, 반도체 혁명과 정보기술(IT) 혁명의 주역이 됐다.

우리는 어떤 대학을 서울대 수준 대학으로 육성해야 하는가? 전국의 10개 거점국립대다. 이 장관 말대로 1~2개 대학의 지방 이전이 이뤄졌다고 해도 유치전에서 실패한 지역에서는 차별 논란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0곳 거점국립대는 그런 논란에서 자유로워 국토균형발전에 적합하다. 게다가 거점국립대는 의대, 공대, 자연대, 인문사회대 등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투자하면 단기간에 명문대로 도약할 수 있다.

단 ‘서울대’나 ‘한국대’ 같은 국가 대표 명칭으로 이름을 통일해 지방과 서울의 경계를 없애버리는 것이 좋다. 캘리포니아도 ‘캘리포니아대’라는 주 대표 이름을 10개 대학에 동일하게 부여했다.

지방 사립대들도 바로 옆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생기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이득을 본다. 졸업생을 실리콘밸리에 가장 많이 취직시키는 대학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지방대인 새너제이주립대다. 2위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3위는 또 다른 지방대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4위는 스탠퍼드대다.

서울대 10개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약 3조2천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른 지방 사립대에도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국 대학들이 공생하고 인구소멸시대에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입지가 아니라, 그곳에 있던 대학들이 반도체 혁명과 정보기술 혁명을 일으켰기에 혁신을 이끄는 세계의 중심이 됐다.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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