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추모의 공간에서 한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며 준비해 온 꽃다발을 올려놓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왜냐면] 안성욱 |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지난달 14일 서울지하철 신당역에서 스토킹 피해자인 여성 역무원이 살해됐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불법 촬영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총리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대통령도 피해자 보호가 미흡하다며 유사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천명했다. 법무부와 경찰청도 여성혐오 범죄 가해자 처벌 강화와 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법무부)과 경찰은 근본적으로 형사절차 단계에서 업무를 다루는 기관이어서, 수사관청과 법정을 넘어 사회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피해자의 권익침해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공익사건 신고자가 불이익 등 피해를 보게 됐을 때 이들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기관이다.
예를 들어, 부패·공익사건 신고자는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신고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고, 신고자를 공개하거나 보도하는 이는 처벌하도록 해 비밀보장 및 신변보호를 받게 된다. 이 외에도 신고자 책임 감면, 신고자가 당한 불이익 조치의 원상회복, 신고자 보호를 위해 관련자에게 협조와 원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또 신고자는 보상금 또는 포상금을 받을 수 있고, 신고로 인해 경제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면 그 비용을 보전(구조금)받을 수 있다. 신고자가 입은 실제 손해 이상으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손해배상 특례제도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에게 적용된 스토킹처벌법은 성폭력방지법, 성폭력처벌법과는 달리 공익신고자보호법의 공익침해에 따른 보호 대상 범죄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보호 대상 범죄에 스토킹처벌법을 포함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정폭력, 교제폭력과 각종 디지털 범죄도 포함해야 한다. 신당역 살인사건의 경우도 피해자 신청에 따라 국민권익위에서 서울교통공사에 직장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보호제도가 있었다면 비극적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는 공익신고자에게 신고로 인해 신분, 인사, 평가, 근무조건, 정신적·신체적 손상 등 불이익이 있는 경우 이를 금지하도록 하는, 소극적인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또한 권익침해 관련자들에게 피해자를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식으로 개정해 피해자 보호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수사기관에 신고자인 피해자에게 국민권익위의 피해자 보호, 지원 사항을 안내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필요도 있다. 현재 피해자가 국민권익위에 신고 또는 신청할 때에만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수사 초동 단계부터 국민권익위와 수사기관이 상호 협력하는 피해자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수사 대상인 피의자 보호를 위한 적법절차 관점에서 설계된 형사사법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국가기관 전체가 나서서 피해자 중심의 보호제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