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에 따른 대체복무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20년 6월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 대체역 편입 신청서 접수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왜냐면] 정재영 | 대체역 복무자의 부모·부산 해운대구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은 위헌(헌법불합치)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도입된 대체복무제가 26일로 시행 2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그사이 대체역 복무자들의 헌법소원이 50여건에 이르고,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헌재는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하거나 징벌로 기능하게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 문제점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무죄를 선고받았던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마저 거부해 기소된 사건의 첫 공판이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이렇게까지 된 주원인은 정부와 국회가 헌재 결정 취지를 무시하고, 군보다 2배 이상 오래 복무하며 합숙까지 강제한 국제적으로 유례가 없는 징벌적 대체복무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엔인권이사회는 대체복무의 형태가 불합리해 진입을 방해한다면 그 자체를 반인권적 제도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은 대체역 도입으로 병역거부자 최다 처벌국이라는 오명은 벗게 됐지만, 반인권적 대체복무제를 운영하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2023년 상반기 유엔인권이사회는 보편적인권정례검토(UPR)에서 한국의 대체복무 제도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심사하게 된다.
대체역 복무자를 둘러싼 또 다른 문제는 장기 대기자 문제다. 올해 4월 기준 누적 편입자가 2260명인데 복무자는 824명, 대기자는 1436명이다. 예정대로 매년 500명이 소집돼도 복무시설 개소 지연으로 2021년 12월에 편입된 대기자는 2024년 말 소집예정 안내를 받는 실정이다.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일반 사회복무자의 경우 소집 없이 3년이 지나면 전시근로역으로 전역처분이 돼 병역의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청년의 사회 진출을 적기에 보장한다는 취지다. 반면 대체역 복무 대기자는 소집 면제 법규가 아예 없다. 취업 등 경제활동을 준비하는 청년기는 예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데, 대체복무자는 그냥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큰 낭비다.
대체복무는 사회복무처럼 민간인 신분으로 국방의무를 마치는 과정이지만, 긴 복무기간과 의무화된 합숙 등 명백한 차별을 받고 있다. 법을 개정해 출퇴근과 합숙 혼합복무를 도입하면 시설 건설 예산도 절약하고 소집자 장기 대기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
법 개정 전에 당장 변경, 시행해야 하는 일상생활 규제도 있다. 병영생활을 하는 군인에게 요구되는 통신기기 사용과 외출 제한을 민간인인 대체역 복무자에게 강제하는 게 대표적이다. 취침 때 휴대폰 반환이나 외출 횟수 제한을 폐지하면 복무 만족도와 업무 생산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대체복무제 도입 뒤 2년이 흘렀지만, 차별과 부당 대우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대체역 거부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최근 대체역 소집 거부자 첫 재판은 그런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점이다. 복무 8개월차인 자녀를 둔 부모로서 시급한 해결을 촉구한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명실상부한 대체복무제 시행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 복무자들의 선의가 공동체 유지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