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왜냐면] 서익진 | 화폐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8일 향후 5년간 16조원+알파 규모의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의 매각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장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국유재산 매각이 특정 사적 이익집단에 경제적 특혜를 제공하는 것으로 귀착돼 국가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국유재산 매각은 최대한 신중히 해야 한다. 국유재산은 형식적으로는 국가 소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소유이기에,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최소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마땅하다. 갈수록 국가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마당에 공유재산이 언제 어떻게 국민과 공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적인 이유 말고도 이번 국유재산 매각에는 의문이 적지 않다.
첫째, 정부는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은 팔아서 정부재원으로 사용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해마다 2조원 규모의 매각을 해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당장 대규모 매각을 서둘러야 할 시급하거나 합당한 이유가 있는가? 하필 이 시점에 대규모 국유재산 매각에 나서는 것은 현 정부의 ‘부자감세’로 부족해질 세수를 메우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둘째, 부동산 불황기를 맞아 상대적으로 헐값에 매각하면 구매자는 상당한 시세차익을 누리거나 임대료 인상분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8월12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 팩트체크 코너 ‘알고보니’에서는 정부가 노후 관사, 소규모 유휴지로 지목한 곳들을 찾아가 보니 다들 서울 강남에 소재하며, 수십, 수백억원씩 하는 번듯한 건물들이 들어서서 상당한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국세청 관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돼 2018년 상업용 건물로 다시 지어졌고, 기재부가 위탁개발한 소규모 유휴지엔 6층과 4층짜리 건물 두채가 나란히 서 있었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한 셈인데 그 이유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셋째,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가자 정부는 8월23일 그동안 매각 대상 국유 일반재산의 97%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매각돼왔지만 이제 원칙적으로 일반 경쟁입찰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일을 뒤늦게 강조하는 게 수상쩍기도 하고, 법률에 명시된 수의계약 조건은 허점이 너무 많아 이 해명도 석연찮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누가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까? 대기업이나 퇴직 공무원들이 만든 투자회사 아니면 부자들 아닐까. 부자감세로 이득을 주고 국유재산 매각으로 또 이득을 주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유재산 매각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
이 모든 의문점이 해소되기 전까지 정책적인 대규모 국유재산 매각은 일단 중단돼야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선, 파악된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목록과 현황을 자세히 공개해 각 재산의 소재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적인 활용 방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지방에 소재한 국유재산은 해당 지역이 원한다면 지역민 총유(공동소유) 재산으로 전환해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달리 활용 방안이 없어 결국 매각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을 상대로 장사꾼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입찰가만 볼 게 아니라, 입찰 요건으로 해당 재산 활용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활용계획의 공익성을 최대한 고려해 판단한다. 또 제출한 계획과 다르게 사용할 경우엔 매각을 취소할 수 있도록 공매 절차에 분명히 밝혀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