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2022 탄소중립 엑스포’ 안내문.
[왜냐면] 김민 |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0월27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 ‘급격한 탄소중립은 산업경쟁력 저하를 불러온다’며 이를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일년 새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지난 9월18일 삼성전자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아르이(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이로써 23곳으로 늘어난 국내 RE100 가입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61.5TWh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43.1TWh를 40% 이상 초과한다.(2020년 기준) 이제는 오히려 산업계가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산업계를 대변한다는 산업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삼성전자 RE100 가입을 몇주 앞두고 산업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서는 2030년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1.5%로 잡았다. 지난해 수립된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 제시한 30.2%보다 8.7%포인트 낮아졌다. 재생에너지가 줄어든 대신 원자력 비중은 8.9%포인트 늘어났다. 정말 줄여야 할 석탄과 천연가스(LNG)는 유의미한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인 ‘지구 평균기온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지키기에는 매우 불충분한 계획이다.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분석, 비판했다며 나름 화제를 모았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셸런버거란 인물이 있다. 환경·에너지 전문가로서 활동 이력이 화려하지만, 기후위기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신뢰를 잃은 인물이기도 하다. 아마존 산불을 다룬 2019년 <뉴욕 타임스> 보도를 왜곡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뉴욕 타임스>는 ‘산불은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다’라고 제대로 보고했다”고 썼는데, 실제 기사 내용은 이렇다. “이 산불들은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라 크게 보면 인간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산불을 더 크게 만들었을 수 있다. 높은 기온과 건조한 공기는 산불을 더 뜨겁게 그리고 더 퍼지게 만들 수 있다.”
11월2일 산업부가 주최하는 2022 탄소중립 엑스포에 셸런버거가 기조연설로 참여한다. 산업부 장관님을 비롯한 실무자들도 그의 책을 읽어보고 동의했다는 의미인가? 동의했다면, ‘축사 후보’로 올려놓은 그레타 툰베리를 그가 트위터에서 비꼬고 있다는 사실에도 동의한다는 것인가? 이런 점에서 산업부의 2022 탄소중립 엑스포는 위장환경주의인 ‘그린워싱’, 청년들을 들러리로 내세우는 ‘유스워싱’일 뿐이다.
기후위기부정론자에 가까운 유명인을 기조연설자로 섭외하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하향하려는 산업부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1년 만에 산업부의 기후정책과 인식은 오히려 퇴보했다. 착각의 늪에 빠진 산업부에 나는 노쇼로 응답한다. 노 셸런버거, 노 쇼(No Shellenberger, No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