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언어모델에 대한 과도한 거품은 걷어내야 하지만 그것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김해식 | 핀란드 국립과학기술원 박사
요즘 챗지피티(ChatGPT)라는 인공지능 기술이 뜨겁다. 사용해보면 성능이나 결과가 우수해 한 번 놀라고, 영화에서 보던 인공지능과 유사해서 또 한 번 놀란다. 어떤 사람들은 이 새로운 기술이 가져다줄 변화에 흥미진진해 하지만, 많은 사람은 영화 속 인공지능이 오버랩되며(겹치며) 통제 불가능한 인공지능의 비극적 결말을 우려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론 인공지능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인공지능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덧 현실이 됐고 앞으로 더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지금 우리는, 그리고 다음 세대는 인공지능과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할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제 질문을 잘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미 예전부터 질문을 잘하는 것이 답을 잘 찾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해왔지만, 이제 질문을 잘하는 것이 전부인 시대가 왔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생각의 방향과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고 문제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은 질문에 대한 답은 잘 찾지만,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는 못한다. 이미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지식을 스스로 편집할 줄 알고, 최적의 해법을 찾는 데 능숙하지만 어떤 문제의 관점, 형태, 크기 등을 정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중요한 역할이다. 무엇보다 질문을 잘해야 원하는 답을 정확히 얻을 수 있다. 흔히 인공지능의 답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개발자의 의도와 훈련된 인공지능 모델에 따라 답이 편향될 수 있다. 질문을 잘할 줄 알아야 인공지능의 답이 정확한지 아닌지 알게 된다.
둘째,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다루듯 인공지능을 좋은 도구로 다뤄야 한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일반 사용자라고 해서 컴퓨터 하드웨어 구조, 소프트웨어 운영 체계, 프로그램 언어 등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잘 다루기 위해 일반 사용자가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IBM) 등에서 개발해놓은 인공지능 개발 도구 등이 있고, 보다 일반 사용자 친화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여러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하는 추세라 일반 사용자들은 최소한의 인공지능 기능만 이해한 뒤 도구로써 인공지능을 다뤄 그 활용을 높이는데 방점을 둬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은 새로운 생태계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 챗지피티라는 인공지능은 자연어 처리 기술에 기반하고 있고 언어학, 대용량 데이터 처리, 인공지능이 통합한 기술이다. 하나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술이 융합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다가올 초연결 6세대(6G) 시대에는 인공지능이 구현될 보다 좋은 환경이 될 테고, 이런 환경에서 인공지능은 여러 다른 기술들과 통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6세대·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전하다 졸음이나 심장마비, 뇌졸중 등으로 운전할 수 없으면 운전자의 생명뿐 아니라 주변 차량에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새로운 생태계에서는 이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먼저 심전도 같은 건강정보는 운전자가 착용하고 있는 스마트워치에서 측정할 수 있다. 이 건강정보는 6세대 보안 채널을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운전자의 상태를 정상, 졸음, 뇌졸중 등으로 분류·관리할 수 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심각한 뇌졸중으로 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자동으로 자율주행 모드나 원격운전 모드로 전환하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목적지를 설정함과 동시에 그 병원에 운전자의 건강상태와 도착 예정 시간을 알린다. 지능형교통시스템과 통합된 6세대 네트워크는 병원으로 향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최우선 순위 교통정보를 제공해 교통체증 없이 병원에 도착하도록 돕는다. 이런 기술은 이미 유럽에서 개발 진행 중이다.
새로운 기술은 늘 두려움과 같이 발전해 왔다. 처음 자동차가 나왔을 때 ‘누가 마차를 타지 거대한 기계 덩어리를 타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자동차가 어느 정도 대중화되자 영국 런던의 마부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았는다며 자동차를 부수고 다녔다. 지금 자동차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자동차가 그랬듯 인공지능 기술도 우리 생활의 소중한 일부로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