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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그레이트 한강’ 서울링 아닌 모래톱에 해법 있다

등록 2023-04-03 18:21수정 2023-04-04 02:36

한강 광나루, 1964년. 페이스북 Designersparty(작가 미확인)
한강 광나루, 1964년. 페이스북 Designersparty(작가 미확인)

[왜냐면] 김원 | 응용생태공학회 회장·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1991년 출간한 <오래된 미래>에서 찾은 미래는 미래가 아니었다. 과거였다. 미래는 미지와 환상이 아니라 오래전 과거에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미래를 그는 예견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최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자연형 호안 등 일부 자연성 회복 사업이 있지만 핵심은 서울링(대관람차), 노들 글로벌 예술섬, 자연형 물놀이장, 곤돌라, 서울항 등 개발사업이다. 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전담기구 설립 구상도 밝혔다. ‘그레이트 한강’ 사업이 우리가 바라는 지속가능한 미래일까?

1968년 마포대교 부근 한강은 반 이상이 모래사장이었다. 1964년 여름 광나루 백사장에는 수만 명이 강수욕을 즐겼다. 1958년 한강대교 노들섬 북쪽은 전부 모래벌판이었다. 거기에서 수영하고 물놀이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한강은 즐김이 아니라 개발의 대상이 돼 버렸다. 강의 모래는 골재가 됐다. 강이 변해 아파트가 된 것이다. 도로에 막혀 강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됐다. 수영은 고사하고 발 한 번 담그기 두려운 강물이 됐다.

1980년대 한강은 공원이 됐다. ‘종합적’으로 ‘개발’했다. 축구장, 야구장, 씨름장이 들어섰고 풀장, 동물쇼장, 롤러스케이트장도 설치됐다. 야외공연장과 분수대를 설치됐다. 운동공원, 유원지, 주차장이 대규모로 들어섰다. 서울시계 36㎞ 구간에서 약 7천만㎥의 모래가 준설됐다. 여의도에 약 24m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양이다. 그때의 한강 모습이 지금도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1983년 한강종합개발기본계획’을 ‘2023년 그레이트 한강’ 사업이 이어받고 있다. 40년 세월에도 개념상 큰 차이가 없다. 그때의 풀장이 자연형 물놀이장이 되었고 기념타워와 분수대는 서울링이 됐다. 야외공연장은 예술섬이 되었고 선유장은 서울항이 됐다. 세월이 흘러도 변화가 없다. 20여 년 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그랬던 것처럼 20년 뒤에 ‘그레이트 한강’ 사업이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담기구 유무가 아니라 사업 내용의 문제다.

‘자연 기반 해법’(Nature based solution)이 국제적 흐름이다. 자연을 기반으로 현재의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다. 개발이나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자연을 기준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무턱대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원론적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이더라도 자연을 기반으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그래야 지속성이 있다.

1960년대 광나루와 한강대교 인근 백사장에서 수만 명이 즐겼던 물놀이는 흘러간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다. 모래사장을 다시 복원하고, 수질을 회복하고, 누구나 쉽게 강에 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이 수영할 수 있는 강물에 물고기도 살 수 있고 자연 생태계도 회복될 수 있다. 서울시장은 차를 타고 두세 시간 강원도나 경기도로 나가는 서울 시민들이 불쌍해서 한강에 집착한다고 말하며 유럽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아닌 것 같다. 답은 유럽이 아니라 한강의 과거에 있다. 서울링이 아니라 한강 모래와 강물에 해답이 있다.

강의 미래는 미래에서 찾을 것이 아니다.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 완벽한 모델이 있다.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강에 관한 한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는 없다. 2023년에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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