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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SK·수출입은행은 호주 ‘바로사 가스전’ 수렁서 벗어나야

등록 2023-04-19 18:42수정 2023-04-20 02:33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왜냐면] 루크 플레처 | 주빌리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센터 이사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업이라면, 최근 호주 의회를 통과한 배출 규제 강화 법안을 심각한 경고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번번이 경고를 무시해 온 한국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위기를 감지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법은 호주에서 진행 중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 등이 추진하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대표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에스케이이엔에스에 투자 자금을 대고 있다.

해당 법을 보면, 수출하는 가스 사업은 사업 첫날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순배출 0)로 맞추거나, 상세한 상쇄 계획을 당국으로부터 입증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바로사 가스전은 거대한 ‘탄소 폭탄’이기 때문에, 배출량 상쇄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연간 543만t의 온실가스 배출을 차단하거나 상쇄해야 한다. 현재 현물 가격 기준으로 이를 상쇄하려면 연간 1억9800만 달러(가격 상한선에 도달한다면 4억7000만 달러)가 든다.

호주 전문가들은 바로사 가스 프로젝트가 이미 끝났다고 단언한다. 탈탄소화에 대한 광범위한 정치적 공감대가 호주에 존재하고, 투자 환경이 ‘가스 붐’ 시절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두 금융 공기업이 한국 국민의 돈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법안 통과 이전에도 해당 프로젝트는 불확실성의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해 9월 호주 연방법원은 산토스가 프로젝트 해역을 전통적으로 소유해 온 무니피 부족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추 인허가 무효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현지 사업자인 산토스는 ‘2주 안에 시추 장비를 철거하고, 티위 섬 원주민들과 새로운 협의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12월 항소심에서도 원주민들이 승리하면서, 사업 시행 주체들은 원주민들과 협의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호주의 국가해양석유안전환경관리청은 송유관 건설 작업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바로사 프로젝트는 2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한국수출입은행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 재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바로사 가스 개발 사업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호주수출금융은 이미 청정에너지 전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호주 정부도 최근 몇 달 동안 해외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주요 광물 채굴에 최대 2억5천만 달러의 차관을 약속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및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대체에너지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액화천연가스 수요가 아시아 지역에서 크게 늘 것이라는 예측은 잘못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스에 대한 투자는 이제 장기적 관점에서도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수출입은행뿐 아니라 에스케이이엔에스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한국 대기업의 의사 결정 관행을 고려할 때,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중추적 역할이 필요하다. 최태원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보여준, 몇 안 되는 재계 리더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리더십 아래 에스케이그룹의 6개 사는 2020년 한국 기업 최초로 아르이100(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에 가입했고, 2030년까지 에스케이그룹은 전사적으로 2억 톤의 탄소 배출 감축을 약속했다. 바로사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다면,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고 기후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의 친환경 약속은 결국 빈말에 불과했던 것으로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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