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시안 | 사진작가·독일 베를린 거주
스무 살이 됐을 때 공유하는 소속감이 약해지고 물리적 거리도 생기다 보니 10대 시절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됐다. 모든 사람은 자기 머릿속에 편안하게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있다. 10대 시절에는 멋도 모르고 몰려다니는 게 좋은 줄 알았지만, 20대가 되니 내가 관심 있고 즐거운 일이 상대에게는 아닐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전시, 영화를 보러 다니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좋게 느꼈던 것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고, 함께 공감해주는 사람이 더러는 필요했다. 그래서 방황했고, 몇 번의 연애가 시작됐고, 지금 옆에 있는 단짝을 만났다.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니면 ‘대인관계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해서 ‘대인관계 능력’이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혼자 있는 사람을 보면 ‘사람을 잘 못 사귄다’고 한다. 하지만 프레임(틀)을 반대로 생각해보자. 혼자 있는 사람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거다. 매일 누굴 만나야 하고, 친구가 있어야 하는 사람은 반대로 ‘혼자 있을 능력’이 없는 거다.
나는 독립적 인간이라 누군가의 의견을 묻거나 도움에 의존하지 않는 성격이다. 내가 좋아하는 거면 꽂혀서 앞뒤 안 재고 그냥 한다. 그렇게 내가 즐거워하는 공부하며 작업하며 지금껏 살았다. 그런데 세상 밖으로 나오려니 내 독립심이 외려 방해가 된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은 동료가 필요한 일이다. 나와 타인의 한계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도그마(규범 혹은 독단)에 빠지지 않고 균형감을 가지려 노력하는 건 마치 수행자의 삶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