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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곰/능소니, 갈치/풀치는 몰라도 개/강아지는 구별합시다

등록 2023-05-17 18:41수정 2023-05-18 02:06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윤여신 | 한겨레주주통신원·전북 완주군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어릴 때 아주 많이 불렀던 동요다. 송아지 노래를 모르는 어린이라도 소와 송아지는 구별한다. 닭을 병아리라 하거나 개구리를 올챙이라 하는 어린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개를 강아지라 잘못 부른다. 반려견이라 해야지, 애완견이라 하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개를 강아지라 한다. 개도 강아지, 강아지도 강아지라 한다. 개의 나이나 크기에 구별 없이 강아지라 한다. 심지어 유명한 개 전문 훈련사도 개를 강아지라 한다. 개는 성견이고 강아지는 성견인 개의 새끼다. 대통령 선거 때 ‘개에게 사과를 먹이려는 사진’을 올렸다가 사과하면서 “아홉 살 강아지”라 하던데 아홉 살이면 사람으로 치면 60살이 넘는 할아버지 개다.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등 새끼에게는 아지를 붙인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강아지라 귀여워하지만 어릴 때다. 손자, 손녀가 귀여워도 일단 성인이 되면 강아지라 부르기 닭살스럽고 손자, 손녀 본인도 싫어한다. 강아지는 새끼 개이니 개라 할 수는 있지만 개를 강아지라 하면 엄마, 아빠를 아기라 하는 꼴이다. 통념상 새끼가 자라 1년 전후 발정기가 지나면 성견인 개라 한다.

아기, 어린이와 어른, 노인을 달리 부른다고 차별이라 하지 않는다. 강아지와 개를 달리 부른다고 차별이라 하지 않는다. 개와 강아지는 구별해야 한다. 송아지 노래가 사라져 가듯, 개구리와 올챙이 구경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듯 어린이들이 자라면 개를 강아지라 잘못 부르거나 개라는 언어가 잊힐 수도 있겠다.

어린이들도 소와 송아지, 말과 망아지, 닭과 병아리, 개구리와 올챙이 등 어미와 새끼를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서와 가까운 호랑이의 새끼는 개호주라 부르지만 자주 쓸 기회가 없어 어른들도 거의 잊고 있다. 아마 개호주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이가 대부분이겠다.

낚시꾼들은 잉어와 그의 새끼인 발강이를 구별하지만, 붕어를 부를 때 월척이나 새끼 붕어인 깻잎, 고춧잎 등을 구별하는 낚시꾼은 사라져 간다. 좀 큰 물고기를 잡으면 흔히 월척이라 하지만, 월척이란 한 자(30㎝)가 넘는 붕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붕어는 한 자 이상 크기가 드물지만, 한 자 넘는 게 대부분인 잉어는 60㎝ 넘어야 잉어라 부른다. 그보다 작은 것은 30㎝가 넘더라도 월척이라 하지 않고 새끼 잉어인 발강이(발갱이)라 부르는 것도 낚시꾼들 사이에서 거의 잊혀간다. 바닷물고기는 대부분 한 자 크기가 넘어 월척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곰/능소니, 꿩/꺼병이, 명태/노가리, 갈치/풀치, 숭어/모쟁이 등 대부분의 동물이 어미와 새끼 이름이 다르지만 쓰지 않아 사라진 이름이 대부분이다. 어미와 새끼 구별은 물론 남자와 여자처럼 황소와 암소, 장닭과 암탉, 장끼와 까투리 등 동물들도 암수를 구별한다. 염소를 양이라 하고 노루와 사슴을 구별 못 하는 것은 애교일 수 있지만 까치와 까마귀를 구별하지 못하는 세대는 황소, 장닭, 장끼, 까투리 등을 쓰기는커녕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장닭은 자주 쓰는 말인데도 대표적 맞춤법 교정 소프트웨어조차 장닭을 수탉이라 교정한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이나 다양함은 우리가 제대로 쓰고 지켜야 한다. 말은 쓰지 않으면 잊히고 사라진다. 자꾸 잊히고 사라지는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 주변에서 많이 쓰는 말이나마 제대로 썼으면 한다. 애완동물이라 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사용하듯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개와 강아지는 구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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