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이 지난 4월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려 윤석열 대통령(왼쪽 둘째)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셋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넷째) 등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냐면] 문상배 | 60대 남성·서울시 강남구
취임 전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했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뒤 1년이 지나도록 국민과의 소통은커녕 국정 파트너인 야당 지도부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남은 임기를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고통을 서민들은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데 민생은 뒤로 한 채 출구 없는 정쟁을 벌이는 정치권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유례없이 낮은 집권 초 지지율은 대통령의 각성을 촉구하는 민심의 경고인데도 대통령의 안일한 상황인식이 위태롭기 짝이 없다.
민주주의란 나와 다른 생각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집권세력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최소한 요건이다. 부디 지금부터라도 야당과 소통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의 목소리도 듣기 바란다. 소통은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전쟁 중에도 적장과 만날 수 있어야 장수고 리더라고 한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싸우던 정적끼리도 만나야 하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고 여야 대표가 만나 끊임없이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하고 소통해야 한다. 상대방이 정적이고 친하지 않다는 감정적 이유만으로 불통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소통은 만나기 싫은 사람과 잘 만나는 것이 목적이고 본질이다. 국정의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지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지금 대통령과 주로 소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편과 검사 출신들뿐이라면 아마추어다. 프로는 껄끄러운 사람과도 잘 소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도 충분히 얘기하려고 하는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국정 핵심요직에 검사 출신이 대거 임명돼 검찰공화국 또는 검사 전성시대라는 말이 시중에 회자하고 있다. 그 정점에는 공직 인사검증권까지 거머쥔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있다. 그리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법률비서관,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가보훈처장,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국정원 기조실장 등 검사 출신들로만 가득하다. 검사가 수사는 잘하겠지만 국정운영까지 잘한다는 검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 출신들에게 둘러싸여 인사편중으로 인한 대통령의 판단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그 틀을 깨고 나와, 국회와 정치권 안 단련되고 검증된 전문가들의 얘기를 두루 경청하고 다양성과 개방성을 가지고 부디 탕평을 통해 천하의 인재들을 모아 국정을 운영해 주기를 바란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도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통령은 어느 한 정파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남은 임기 동안은 편한 사람들하고만 소통하고 야당과는 불통하고 전 정권을 탓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 부디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를 통한 민생안정을 이루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