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2020년 6월16일 오후 2시50분께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왜냐면] 전수미 | 변호사
2020년 6월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했다. 다음날인 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한다고 통보한 데 이어 같은 달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에 이르렀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9월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하던 개성공단 내 4층 건물을 증축한 것이다. 북한이 토지를 제공하고 남한 자본으로 건축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운영해 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운영 근거를 담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는 연락사무소 명칭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하고, 연락사무소를 개성공업지구에 설치하도록 소재지를 특정했다.
이로부터 3년이 다 된 지난 14일 정부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447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근거의 하나가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다. 여기서 ‘투자자’란 일방의 지역에 투자하는 상대방의 법인 또는 개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남한 정부는 ‘투자자’로 볼 수 없다. 또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만든 투자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정치적 결과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위 합의서를 근거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하게 되더라도 증거 조사와 판결의 집행 등 실무상 여러 어려움이 있다. 현재 남북 간 고착상태에서 이를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합의서 등을 제정한 근본적 취지인 평화통일(헌법 제4조)의 취지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손해배상청구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놓고 남북 간 분쟁이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분쟁해결기구가 없는 상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있는 개성공업지구는 남한 주민과 기업이 주요한 경제활동 주체이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남한 정부의 자산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법제의 해석·적용을 북한의 재판소가 담당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만약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건처럼 개성공업지구에서 남북 사이에 재산권 분쟁이 있을 때 남한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하더라도, 우리 쪽 관계자들의 현장검증을 위한 개성공업지구 출입을 북한이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리 쪽 손해에 대한 충분한 증거 조사가 어려워 적정한 판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정치적 레토릭(말 치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판 제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북한과 소통을 통해 개성지역에 가칭 ‘남북특별재판소’를 설치하고 관련 절차를 정비해 체계적 구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 등이 선행한 뒤에야 실질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