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손병관 |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5월23일치 <한겨레>에 게재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의 ‘세상읽기’ 칼럼에 반론을 제기한다.
김 소장은 해당 칼럼에서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취재한 필자의 2021년 책 <비극의 탄생>을 언급하며 “(성추행) 방조 혐의(피해자 고소가 아닌 제3자 고소가 진행된 건)로 경찰 조사를 받은 서울시 정무직들이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라고 개탄했다고 하며, (필자가) 이들의 한을 풀어주는 게 자신의 본분이라고 한다”고 썼다.
글을 잘못 썼나 싶어서 내 책을 찾아봤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취재 과정에서 무수한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했다. 그들은 가장의 죽음으로 황망한 처지에 놓인 유족일 수도, 어느 순간 천인공노할 범죄를 묵인·방조·은폐한 공범으로 몰린 공무원들일 수도 있다. 그들 중 어느 한쪽의 목소리가 더 크다고 해서 그의 고통이 더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 모두의 ‘신원’을 위해서는 내가 알아낸 진상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 내 본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취재를 시작할 때 나에게 박원순이 성추행을 절대 저지를 인물이 아니라는 식의 예단은 없었다. 그래서 “진상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 내 본분”이라고 썼던 거다. 그러나 김 소장은 기자인 나의 본분이 서울시 공무원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처럼 썼다. “기자는 취재원의 민원 해결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온 사람으로서 그런 표현에 모욕감을 느낀다.
그리고 김 소장은 “혹시 (고은 시인의 책을 출판한) 실천문학사와 박 전 시장 다큐 제작팀의 시도는 새로운 수익 구조로 의도된 것일까”라고 물었다. 고은 사건과 박원순 사건의 연관성을 모르는 필자로서는 여성단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개봉이 박원순 사건의 사실관계를 밝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