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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충돌하지 않는다

등록 2023-07-27 18:19수정 2023-07-28 02:36

1학년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 많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스티커와 조화가 놓여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학년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 많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스티커와 조화가 놓여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왜냐면] 최진성 | 19년차 초등교사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세상을 떠난 교사의 일로 많은 사람이 슬픔에 빠졌다. 교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모하고 있으며, 여러 국민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유례없는 추모 열기는 우리 교육이 변하길 바라는 국민과 교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번 일처럼 가슴 아픈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교육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잘 가르치고 배우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네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부모 민원 창구를 하나로 통일하자. 학부모 민원 때문에 전화가 두렵다는 주변 동료들이 많다. 학부모 민원은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는다. 내용도 ‘에어컨 틀어주세요’, ‘우리 애가 춥대요(덥대요)’부터 ‘학원에서 싸웠는데 처리해주세요’까지 끝이 없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세상 어느 기관이 담당자 개인 번호를 공개하고 24시간 민원을 접수하며, 절차도 없이 개인 역량에 의존해 민원을 처리할까? 콜센터도 대표 번호가 있고 정해진 시간 동안만 민원을 접수한다. 민원 창구를 학교 누리집으로 단일화해 교사가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자.

둘째,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자. 아동학대 방지법이 원래 취지와는 달리 교사를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아동학대로 고소되면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교사는 업무에서 배제되고 긴 기간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운이 나쁘면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누가 생계를 걸고 문제 학생을 지도할 수 있을까? 문제 학생이 수업을 방해한다고 해서, 다른 친구들을 괴롭힌다고 해서 제지할 수 있을까? 착하고 선량한 대다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자.

셋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특별 교실을 운영하자. 현재 구조에서는 수업 시간마다 소리를 지르고 쓰레기통을 뒤엎거나, 가위처럼 위험한 물건을 친구들에게 던지는 아이가 반에 있어도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운이 나쁜 것을 탓하며 일 년을 참고 견디는 수밖에…. 그러나 교육이 아니라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교실에 욱여넣고 교사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교사에게도, 같은 반 아이들에게도 폭력이다. 더이상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지우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자.

넷째, 학교 전담 경찰제를 확대 적용하자. 신문이나 뉴스에 학교폭력 사건이 소개되면 곧 학교와 교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린다. 그러나 교사로서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사건 조사와 관련해 아무런 지식도, 경험도, 권한도 없는 교사가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해 지도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학교폭력 업무 때문에 시달린 적이 있다. 양쪽 주장만 있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사건이었는데, 학부모들은 학교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그런데 교사가 무슨 조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통신 정보를 조회하고 압수 수색이라도 해야 할까?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같은 권리의 다른 말이다. 교사가 가르치지 못하는데 학생이 배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교사 인권이 먼저냐, 학생 인권이 먼저냐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떤 방법이 잘 가르치고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교사를 무분별한 민원에 시달리게 하면,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를 그대로 두면, 교사를 학교폭력 업무에 시달리게 하면 과연 아이들이 잘 배울 수 있을까? 답은 자명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힘을 합쳐 불합리한 현 상황을 개선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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