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거북과 함께 애완용으로 널리 기르는 늑대거북. 자연에 방류한 개체가 수시로 발견되고 있는 생태계 위해성이 큰 외래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왜냐면] 박현지 |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최근 야생에서 외래 이색 생물종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충남 예산에서 미어캣, 호스필드 육지거북, 레오파드 육지거북이 나타나는가 하면 홍성과 경북 영주에서는 사바나왕도마뱀이 발견됐다. 이들은 개인과 동물카페 등에 의해 사육되다 유기나 탈출로 자연에 풀려난 것들인데 이렇게 발견돼 구조되는 외래종은 연간 300여 개체가 넘는다.
외래종의 무분별한 도입은 생태계 교란, 감염병 확산 등을 일으켜 고유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생태계 교란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기 전에는 전문가들도 문제를 알아채기 힘들다. 교란이 진행된 뒤에는 제거는 거의 불가능하고 조절만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협약(CBD)과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통해 외래종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외래종으로 인해 오랜 시간 생태적 손실을 경험했는데, 그 피해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98년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 큰입배스 3종에 불과했던 생태계교란종은 현재 1속 36종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색 애완동물 사육의 유행이 시작된 2000년대 이후 리버쿠터, 악어거북, 플로리다붉은배거북, 늑대거북 등의 외래종이 교란종으로 지정되면서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많아진 각각의 교란종은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혈세가 끊임없이 들어가게 된다.
외래종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지난해 11월 국회에서는 외래종에 대한 ‘백색목록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야생생물법, 양이원영 의원 대표 발의)이 가결됐다. 백색목록제는 생태계 교란종을 지정해 도입을 금지하고 나머지 종에 대한 도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존 흑색목록제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국내 생태계에 무해함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종만 도입을 허가하고 그 외 모든 종의 유입을 금지하는 제도다. 이는 국제 환경법에서 중요한 법 원리로 인정되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수용하는 제도로 백색목록제의 도입은 우리나라 생물종 정책에 있어 의미있는 진전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법 개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법이 애초 개정 취지에 부합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하위법령 작업을 제대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환경부는 개정안 시행 준비를 위해 백색목록 지정을 위한 생물종 평가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색목록제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한 목록 등재 절차 마련이 핵심적이다. 과학적이지 않은 여러 이유들로 인해 백색목록이 늘어날 경우, 자칫 흑색목록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무늬만 백색목록제인 위험한 제도가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가 불충분한 종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보고 백색목록에 등재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제도의 시행 및 외래종 사육의 문제점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 생태계를 점령해가는 미국가재, 뉴트리아, 배스, 늑대거북, 붉은귀거북, 블루길…. 지금도 우리가 도입한 외래종은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도입된 백색목록제가 우리의 소중한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지켜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