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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강화한 교원 권한 정립하려면 교육주체간 합의·신뢰 쌓아야

등록 2023-10-04 18:55수정 2023-10-05 02:36

교권보호 4법 개정의 의미와 과제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교차로 일대에서 열린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교차로 일대에서 열린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영준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교육위원회 변호사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교권보호 4법 개정안’이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27일 공포됐다. 지난 7월1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이후 72일 만이다. 교권보호 4법 개정의 의미와 한계, 앞으로의 과제를 교육 당사자별로 나눠서 살펴보고자 한다.

교권보호 4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학교 교육에서 부모 등 보호자의 책무성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그 동안 보호자에 대해서는 교육기본법에서 학교에 대한 의견제시권만 규정했는데, 이번 개정으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에 대한 협조 및 존중 의무가 규정됐다. 또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반복적 악성 민원 등을 추가했으며, 보호자가 교육활동을 침해했을 때는 학생과 함께 특별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규정하고, 학생의 교원과 다른 학생의 인권침해를 금지하는 등 학생의 책무성을 강화한 것에 이어 보호자의 책무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한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해서 물리적 제지 및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분리 등을 규정했다.

교장에 대해 민원처리를 책임질 것을 규정했는데, 그동안 교장에게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할 권한을 부여하면서 정작 책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었던 것을 보완한 것이다. 또 교원 개인정보의 보호를 규정하고, 교원이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해서 교원의 신분 보장을 강화했으며,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교육 3주체 가운데 보호자와 학생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교원과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학생에 관한 모든 일을 교원의 직무 범위로 엮으려는 사회·문화적 인식 아래 교원에게 과도한 부담과 희생을 강요해온 것에 대한 반성과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권보호 4법이 교육현장에서 안착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와의 갈등이 오히려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여러 뉴스에서 보도하는,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형사 고소를 제기하는 일부 학부모가 교권보호 4법이 개정됐다고 해서 민원 제기와 형사 고소를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의 해석이 불분명해 오히려 소송과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행동 상황에 대한 1차원적 대처만을 해결의 중점으로 삼는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해 같은 행동이 반복 심화할 것이다. 미국과 핀란드의 경우처럼 문제행동 학생들을 긍정적 행동지원이나 특수교육을 연계해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교원의 생활지도에 있어서 학생 인권과의 관계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은 학생 인권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으며, 신설된 학생생활지도의 요건도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가 고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는 생활지도에 있어서 학생 인권의 보호에 대해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교원의 물리적 제지와 수업방해 학생에 대한 분리와 같은 적극적인 생활지도 유형을 규정하면서 그 요건과 방법, 절차에 있어서 학생 인권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교육적 원칙과 학생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생활지도를 강화할 경우 아동학대죄 관련 고소와 민원은 오히려 격화할 우려가 있다.

교권보호 4법 개정은 교육 3주체의 권한과 권리, 책무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법에서 보호자와 학생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교원의 직무상 권한을 강화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교사의 직무상 권한을 분명하게 정립하려면 교육 주체 간 합의와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교권보호 4법 후속 조치가 교사소송비 지원 등 법률대응 강화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생활지도에 있어서 문제행동 학생들에 대해 지금은 장애 학생으로 인정된 학생들에게만 적용하는 특수교육 등을 확대·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초·중·고 배치 비율이 20~50%에 불과한 전문 상담교사를 대폭 확충하고 정서행동 지원 전문교사 등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엄벌주의적 대응의 한계를 직시하고 문제행동 상황과 학생에 대해 근본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정책과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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