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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국립이건희기증관의 서울 건립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등록 2023-10-18 19:09수정 2023-10-19 02:39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왜냐면] 이민원 | 광주대 명예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2020년 4월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가에 2만3천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했고, 정부는 (가칭)국립이건희기증관 건립을 결정했다. 오랜 기간 문화적 소외를 경험해온 비수도권에서는 이건희기증관을 유치해 지역의 문화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부는 2021년 11월 비수도권 지역 간 과열 경쟁 등을 이유로 이건희기증관을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문화적 갈증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대규모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에 따른 국립미술관 건립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균형발전의 편익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소를 결정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총선 이후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건희기증관 역시 이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비수도권에서는 이미 이건희기증관 등 신설될 국공립 기관들을 이전 대상 기관에 포함해줄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력히 요구해 왔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건희기증관의 서울 건립계획을 즉각 중지하고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비해야 했다.

그러나 송현동 부지에 얽힌 문제로 지체되는 듯했던 이건희기증관 서울 건립이 최근 정부가 설계 공모 절차를 밟으며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건희기증관의 서울 송현동 건립 계획은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 송현동 부지에 대한 서울시민의 공원 활용 요구를 묵살한다. 서울은 문화시설이 풍부하지만 휴식공간은 부족하다. 서울시민의 도심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송현동에 대규모 문화시설을 건립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에 서울시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둘째, 문화시설의 서울 과잉 건립은 지방 문화시설의 상대적 결핍을 낳는다. ‘문화시설의 서울 집중’은 ‘인구의 서울 집중’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문화시설의 서울 집중은 정주 인구뿐 아니라, 유동 인구의 서울 집중도 더욱 심화시킨다. 이는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욱이 송현동 바로 옆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이미 들어서 있다. 셋째, 2024년 총선 이후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시작되면 이건희기증관의 건립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낭비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건희기증관의 서울 건립 강행이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최선의 대책은 무엇일까? 이건희기증관을 비수도권에 건립하는 것이다. 비수도권에 이건희기증관을 건립하면 지역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문화 산업을 활성화시켜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다음의 행동을 즉각 취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이건희기증관의 건립 절차를 공식 중단하고 이를 서울시장과 다른 광역지자체 장들에게 통보해야 한다. 둘째, 이건희기증관 건립이 시급하다면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앞서 지방에 이건희기증관을 건립하는 절차를 진행하되, 지역 간 과열 경쟁 방지를 위해 이건희기증관을 주요 대도시 지역에 분산 건립해야 한다. 현재 국립미술관은 전국에 4곳이 있는데, 3곳이 수도권에 있고, 1곳만 지방(청주)에 있다. 셋째, 정부는 지방 시민과 소통을 강화해 그들의 요구와 기대를 반영한 국립미술관 건립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토론회도 열고 아이디어 공모도 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국가 균형발전의 일환으로서, 지역 경제와 문화의 동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사업을 수정하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 결정된 사업은 당연히, 하루빨리 수정해야 한다. 더구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은 이미 수도권에 존재하는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이 아닌가? 하물며 아직 건립도 되지 않은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일이야 훨씬 손쉬운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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