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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이득 보는 자가 진짜 ‘전범’이다

등록 2023-10-23 18:55수정 2023-10-25 08:55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무슬림들이 21일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무슬림들이 21일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왜냐면] 윤지영 | 나눔문화 글로벌평화나눔팀장

다시, 세계에 ‘전쟁의 도미노’가 시작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아프리카 국가들의 쿠데타, 중국의 영토 분쟁 그리고 이제 전선은 중동에까지 확대됐다.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통치 세력인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무차별 폭격하고 있다. “하늘만 뚫린 감옥”인 가자지구의 물과 전기, 연료마저 완전히 차단했다. 제주도 3분의 1 면적의 땅에 무려 230만명이 갇혀 사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어디로도 재앙을 피할 곳이 없다. 양쪽 민간인 사망자 수는 4천명을 넘었고, 지난 17일에는 가자지구 병원 폭격으로 500여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그런데 미국은 이스라엘에는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하는 반면,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촉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부결시켰다. 이 전쟁은 이미 “하마스 파괴”가 아닌 ‘가자지구 파괴’로 돌입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재차 “여러 세대에 영향을 미칠 보복”과 “매우 긴 전쟁이 될 것”을 공언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은 총을 든 비즈니스”다. 대부분의 전쟁은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에 의해 벌어졌다. 이번 가자지구 사태를 ‘전면전’과 ‘장기전’으로 끌어가려는 이스라엘과 미국에게도 자원 독점과 세계 패권 질서 재편의 의도가 깔려 있음을 주목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있는 동지중해 연안에는 엄청난 매장량의 천연가스가 있다. 이스라엘 전력 발전량의 70% 이상을 이 지역의 가스전이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자원 독점을 위해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박탈해왔다는 것이다. 1998년에 발견된 가자지구 해안의 ‘가자 마린’ 가스전에는 팔레스타인을 에너지 독립 국가로 만들고도 남을 매장량이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초대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는 가자 마린이 “신의 선물”이라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의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2000년부터 팔레스타인의 가스전 접근을 금지했고, 가자지구 해안의 봉쇄 구역을 넓혀 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후원을 받아 이스라엘-키프로스-그리스를 잇는 해상가스관까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해당 가스관은 유럽연합(EU) 수요의 10%가량의 천연가스를 운반할 수 있다. 그리고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이스라엘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에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해안은 중요한 지역이다. 미국은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인도와 중동(UAE·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유럽을 잇는 철도·해운 수송로 구축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선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계획이다. 구간 중간에는 이스라엘 북부의 항구 도시 하이파가 있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위험 요소가 있다. 하이파 남쪽에는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북쪽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20년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를 통해 그간 대립해온 아랍국가들과 ‘아브라함 협약’으로 수교를 맺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중동을 창조”하자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따라서 적대적인 이슬람 저항 세력들만 최대한 약화시킨다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천연가스 자원 독점 및 물류 통제가 훨씬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이런 시점에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영토 분쟁의 관점에서도 이-팔 분쟁의 근본 원인을 만든 책임은 영국과 이스라엘에게 있다. 1917년 영국 외무장관이 유대인 금융가 로스차일드에게 “유대 민족의 나라 건설을 지지한다”는 공개 서한을 보낸 ‘밸푸어 선언’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의 78%를 점령하고 75만명을 내쫓으며 1948년 건국됐다. 그로부터 무려 75년간의 점령이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불법 정착촌 건설로 점령지를 확대하고 거대한 분리장벽을 세우고 있다. 무차별 총격, 민간인 납치, 주택 철거와 추방이 일상이 된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떻게 저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복되는 전쟁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지만, 이-팔 분쟁 해결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불법점령 종식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임을 끈질기게 말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패권 대결이 전 세계를 전쟁 속으로 몰아넣고 동북아시아로도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 있는 지금, 가장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에서부터 평화를 요구하는 세계 시민의 저항이 강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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