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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안전주간에 ‘안전’ 대신 ‘산업’ 강조한 환경부 장관이라니

등록 2023-11-29 18:40수정 2023-12-01 14:03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8월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8월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강홍구 |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화학물질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부터 표면처리 등 뿌리산업까지 모든 업종뿐 아니라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어 국민의 안전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구미 불산화학사고 이후 화학물질 관리가 강화되면서 화학물질 규제가 모든 업체에 획일적으로 적용되어 산업계는 규제에 대한 이행 부담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시민사회는 화학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 법령 개정안은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하며, 동시에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했습니다.”

얼핏 산업부 장관의 축사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이는 환경부 장관의 말이다.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에서 제4회 화학안전주간 개막식이 열렸다. 화학안전주간은 화학안전 3법으로 대표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체계의 현재를 돌아보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다.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발돋움시키자는 취지로 2020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를 이끄는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안전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경북 구미 불산누출사고를 말했지만 획일적인 규제의 부담을 더 강조했다.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을 킬러 규제로 지목하며 카르텔 혁파를 주문한 윤 대통령의 말을 좇기 바빴다. 이는 전임자 한정애 장관은 물론, 한해 전 같은 행사 때 “우리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이에 환경부는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화학안전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라던 자신의 축사와도 대비됐다.

이날 행사의 놀라운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장관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우수기업 5곳에 상장을 줬는데, 여기에는 이마트도 포함됐다. 이마트는 CMIT/MIT 원료의 가습기살균제 상품을 판매한 업체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에스케이(SK)케미칼, 애경산업 쪽 임직원들과 함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2024년 1월에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진행돼 온 생활화학제품 자발적 협약에 이마트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공이 있다는데,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마트는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품질관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환경부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오전에 있던 시상식에 이어 오후에 열린 생활화학제품 안전협약 성과발표회에서 이마트 품질관리 팀장은 이렇게 발표를 마무리했다. 품질에 타협이 없다는 원칙을 과거에 지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들에게 용법을 준수하고, 안전을 위해 노력하라는 말은 적어도 참사로 신뢰를 저버린 기업들이 담기에는 성급하지 않았나. 당혹스러울 뿐이다.

한 장관은 2022년 5월 인사청문회 당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공언했지만 진일보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안전제도의 ‘합리화’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해도, 환경부 장관이라면 잊어버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먼저 떠올려달라는 부탁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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