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빈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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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성일 | 전 강릉원주대 교수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특히 공부에는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그 과정에서 정확하고 실수 없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최고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건전한 성취와 성장이라기보다는 주변의 비난과 수치심을 피하려는 자기방어 시도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성과에 대한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부단히 받으며 완벽을 기하려는 노력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이며 과욕이다.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 모든 면에서 능력을 두루 갖추고 싶어하는 것은 남에게 완벽한 이미지로 보이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일종의 병적 심리다. 완벽주의자는 사소한 실수에도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해하며,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과 사물의 불완전함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캐나다 심리학자 고든 플렛은 완벽주의를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가혹하게 평가해 자존감이 저하하고 우울해 하는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같은 주변 사람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완벽을 강조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타인 지향적 완벽주의 △주변에서 자신을 높은 기준으로 엄격히 평가한다고 생각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사회 지향적 완벽주의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세 번째 유형이 특히 위험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유형은 주변의 부정적 평가를 의식해 관심과 인정을 받는 데 집착하고 열등의식도 높다. 부모나 교사의 기대가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때 자녀나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 장점을 발전시키려 하기보다 단점을 보완하는데 치중하는 것도 모든 면에서 결함이나 부족함이 없도록 완벽을 기하려는 것이다. 장단점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단점을 시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장점을 발전시키는 데 노력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단점에 집착해 벗어나지 못하면 계속 단점만 부각해 삶의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갖추려고 애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 장점도 지니고 있다. 자신을 과시하고 내세우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고, 무질서하고 산만한 것은 내면의 자유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소심하기 때문에 뜻밖의 재앙을 피해갈 수 있고, 단순하기 때문에 가끔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기도 한다. 이처럼 단점을 진심으로 포용할 때 우리는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단점이 마음에 걸려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완벽주의는 창의력과 생산적 태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완벽한 결정은 없으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정확한 결정을 추구할 뿐이다. 사소하거나 불필요한 일까지 완벽을 기하려고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기보다는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다. 단기간에 완전함을 이루지 못한다고 애태우며 과욕과 무모한 노력으로 탈진해 절망하거나 포기하기보다는 서서히 전개되는 성취과정에 만족하며 자신 있게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려는 진취적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이해하고, 약하고 싫은 면까지 받아들이면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모든 것에는 빈틈이 있게 마련이고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