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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새끼” 실수보다 더 나쁜 건, 대통령의 거짓말이다

등록 2024-01-01 18:58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관한 문화방송(MBC) 보도 화면 갈무리

 

[왜냐면] 윤종군|민주연구원 부원장

 2022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퇴장하며 한 말이 전국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당시 ‘전 국민 듣기 평가’라는 말까지 들었던 ‘바이든 날리면’ 논란이 그것이다. 당시 문화방송에서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내보냈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고 비속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재판 과정에서 ‘바이든 날리면’ 발언을 감정한 외부 음성 감정인은 ‘감정 불가’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음성 감정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새끼”라고 한 사실은 확인된다고 해 대통령이 비속어를 쓰지 않았다는 정부의 해명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비속어란 ‘대상을 낮추어 보거나 얕보아 하는 말’인 ‘비어’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쓰이는 속된 말’인 ‘속어’를 통칭해서 쓰는 표현이다.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인 ‘새끼’는 말할 것도 없이 비속어에 속한다.

한 개인의 언어생활은 사적인 영역이다. 비속한 말을 아무 때나 함부로 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격이 의문스럽지만 이에 관한 윤리적인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적인 장소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비속어를 남발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국가와 국민을 대표해야 할 대통령이 경박한 말로 대한민국의 위신을 훼손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이 일으킨 과오를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모면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대선 당시 ‘개사과’와 ‘장모 10원 한장’ 논란부터 ‘바이든 날리면’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단지 ‘윤석열’이라는 개인이 거짓말을 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적 지위에 있는 대통령의 말이 진실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정부도 대한민국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국가의 신임도와 위신에 관한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없던 일을 보도한 것도 아니고,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한 기사가 대통령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바이든’이든 ‘날리면’이든 윤석열 정부는 이제라도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하고 국민과 언론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 진실하냐는 문제는 유·무능과는 별개로 대통령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모범이자 자랑거리가 돼도 모자랄 대통령이 상스러운 말과 거짓말을 일삼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양치기 소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거짓말에 더는 속지 않을 것이다. 공적인 말과 행동에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진실로 국민을 대하지 않는다면 그 후과를 곧 톡톡히 치르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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