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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황운하 판례’ 오해…사직원 제출한 공무원의 출마를 허용한 것

등록 2024-01-18 19:09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왜냐면] 황운하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전 중구)

총선을 앞두고 공직자 신분으로 출마를 선언한 공무원들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언론이 이른바 ‘황운하 판례’를 근거로 현직 공무원들이 출마를 강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기회에 ‘황운하 판례’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어 현행 공직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 관련 판례 등을 근거로 사실과 오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은 ‘국가공무원으로서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4항은 이를 적용하는 경우 ‘그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언상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직원의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공직선거 출마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무원이 공직선거에 출마하고자 법정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함으로써 더 이상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표시하였음에도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 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함에 따라 공무원이 법정기한 내에 그 직을 그만둔 상태로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사직원 제출 후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고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0수6304판결).

공무원이 선거일 전 90일까지 공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한 것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추구하고 공직에 근무하는 동안 계속적으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공무원이 제출한 사직원이 접수되면 공무원으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는 사라지고 공무원의 직무 전념성을 지킬 현실적인 이유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대법원의 판결은 정당하다 할 것이다.

한편,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황운하가 첫 사례가 아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시 근무하던 중학교에 사직원을 제출했으나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아 현직 신분으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에 당선된 정진후 의원의 선례가 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 제20대 총선 이천시 선거구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직 명예퇴직원을 접수한 송석준 현 국민의힘 의원과 2019년 민중당 광주광역시당 윤민호 위원장의 질의에 공직선거법 제53조 제4항을 근거로 “공무원의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유권해석하기도 했다.

이상과 같이 사표가 수리되지 아니한 현직 공무원 신분이더라도, 사직원을 접수한 이상 공무원으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는 사라지고 공무원의 직무 전념성을 지킬 현실적인 이유가 없어 헌법상 보장된 피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일관된 태도다. 다만, 이와 관련해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공직자의 공무담임권(각종 선거에 입후보해 당선될 수 있는 피선거권과 공직에 임명될 수 있는 권리) 제한과 새로운 공직 취임의 기회에 대해 입법적으로 명확히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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